군사충돌 등 지정·경제·영토적 3대 불확실성 상존해

 

 

{ILINK:1} 한국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에서 석유광구 확보 등 연이어 개가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이곳 쿠르드지역의 정세가 날이 갈수록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쿠르드 자치정부가 한국 쪽에 ‘K5’를 비롯한 4개 광구 탐사권을 주는 동시에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참여를 요청한 데 따라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쿠르드 지역의 유전개발 등 재건사업 참여와 관련해서는 이 지역에 아직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잔존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해 진출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말 쿠르드자치정부와 유전확보에 급급한 'SK에너지컨소시엄'의 일방적 계약에 대해 계약파기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갈등이 산적해 있는데다, 금번 한국컨소시엄과 쿠르드정부간 양해각서 체결 또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이해득실에서 앞서 있는 것 같지만, 결코 호락호락치 못한 현 상황이 우호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17일 터키 의회가 이라크 북부에 은신한 쿠르드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면서, 쿠르드지역을 둘러싸고 관련국간에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내에 은신한 쿠르드 반군과 터키군의 무력충돌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은 한국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아르빌이 소재한 곳으로, 향후 우리 기업의 전후복구사업 및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컨소시엄이 거둔 성과는 국제 관례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일뿐 아직은 살얼음판 위에서 조심조심 써내려간 ‘계약서’에 불과해 후속 실행계획이 진행돼야만 효력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은 쿠르드족 독립저항운동과 관련된 지정학적 불확실성, 석유개발 및 분배와 관련된 경제적 불확실성, 그리고 주요 유전지대인 키르쿠크(Kirkuk)를 둘러싼 영토적 불확실성 등 3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측면에서, 터키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직접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터키의 군사작전으로 터키군과 이라크에 은신한 터키계 쿠르드반군(PKK)간 무력충돌이 빈발하고 쿠르드자치정부 내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석유법을 둘러싼 종파간 갈등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석유 관련 제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쿠르드 자치정부는 현재와 같이 독자적인 유전개발 계약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토적 불확실성 측면에서도, 키르쿠크의 쿠르드 지역 편입에 대한 주민투표가 연내에 실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힘들며, 이를 둘러싼 종파간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이라크 석유수출에 실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쿠르드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국제유가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쿠르드지역은 지정학적·경제적·영토적 3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곳이고, 갑자기 군사적 돌발상황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불가의 리스크에 휩싸일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컨소시엄이 쿠르드 자치구에서 대규모 유전개발권 및 사회기반공사를 따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이와 상황은 다르지만 지난해 7월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와 해당기업들은 급변하는 쿠르드지역 주변 정세에 정보력을 총동원 예의주시하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유사사태 발발시 긴급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성태 기자 /jst@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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