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고려시 체감유가 한국 75달러, EU 50달러

{ILINK:1}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서부텍사스 산 중질유는 93달러를 넘었고 우리 휘발유 도입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83달러를 돌파했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불과 2주전 100달러 시대 전망이 이제는 현실이 돼가고 있고 시장 상황도 진정될 조짐이 없다.

현재 국제유가의 상승 원인을 따져보면 세계 경제 성장세와 투기수요, 그리고 지정학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중국 같은 신흥 경제 대국들이 석유를 많이 쓰는데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지만, 최근의 유가급등 배경은 중동지역 정세불안 때문이다.

터키와 쿠르드 간의 긴장은 중재 협상 결렬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 지역만 해도 벅찬데 미국이 이란을 제재한다고 나서면서 중동 상황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제 투기자금이 원유 시장에 쏠려 유가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의 유가 수준은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1차 오일 쇼크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도 왜 3차 오일 쇼크가 올 조짐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우선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당시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유량에 세계 은행이 제공하는 국가별 실질 GDP를 적용해 나온 '원유 원 단위' 를 보면 70년대 이후 계속 하락 추세이고 현재는 과거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같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세계 경기에서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중요한 요인은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유가를 들 수 있다. 원유 결재 기준 대금인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해 왔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유가는 현재 표시된 가격과 다르다.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유가가 100달러가 돼도 우리가 느끼는 체감 유가는 75달러 수준이고 EU 같은 경우 50달러 수준으로 느낀다고 보고 있다. 이는 유가 급등이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체감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유가가 급등해도 세계 경제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일부에서는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하면 유가가 140달러 수준이 되면 2차 오일쇼크 때와 비슷해지고 이 수준에서는 세계 경제에도 비슷한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오일쇼크 수준에 가까워지면 산유국들이 공급을 전격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실제로 위축이 되면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게 되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그만큼 산유국들이 챙기는 이익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가 단기간에 이상 급등하는 상황이 오면 140달러 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세계 경제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유가 상승의 속도와 폭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성태 기자 /jst@sanupnews.com>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