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민관 워킹그룹이 5개월간의 논의 끝에 정부에게 정책 제안을 발표 했다. 핵심내용은 5대 중점 과제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 전환, 분산형 발전 시스템 구축, 환경?안전 등 지속 가능성 제고, 에너지 안보강화,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 추진을 중점 목표를 하고 있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경제성 논리보다 정책적 의지가 중요

산적한 많은 난제를 해소하고 불투명한 환경을 조화하려고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는 있지만, 우리의 에너지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치고 절실한 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아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에너지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증대되는 상황에서 과거와는 달리 과감히 개혁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처방이 필요하다. 수급 안정화라는 커다란 명제하에 기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적인 상황 논리에만 매몰된다면 진정으로 에너지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는 아니다. 이대로 에너지 기본계획으로 확정하는 것은 우리 에너지 산업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건전한 발전을 기약하는 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 자급율을 통한 무역 수지 개선이 무엇 보다 우선시 되어야 .......

기름 한 톨 나지 않은 우리는 전형적인 에너지 빈국으로 30년 이상 변하지 않는 에너지 해외의존도 97%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안보와 국익을 위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힘을 쏟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시급한 실정에 있는 우리로서는 더 과감하게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국내 자급율을 높여야만 한다.
더욱이 국내 에너지 수입이 전체 수입에 1/3을 차지하며 국내 4대 주력 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액정을 합친 수출액을 능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은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출의존형 국가인 우리로서는 에너지 수입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역수지 관리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더욱 더 절실하다. 기술개발, 마케팅 등 근로자의 땀으로 점철된 수출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이므로 에너지수입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지 않는가?
그런데 에너지 기본계획 건의(안)에는 후꾸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적 저항이 예상됨에 따라 그간의 원전 확대정책에서 후퇴하여 원전 비중을 20%대로 유지하고, 석탄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천연가스를 늘려 나가며, 아직 역량이 부족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당초 2030년 11%에서 2035년도에도 11%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고 있지만, 에너지 자립을 위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국민적 부담이 수반되는 것이 가장 큰 장벽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듯 싶지만, 우리 후손에게 에너지 해외의존도 97%를 영원히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진정으로 에너지 산업을 걱정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신재생에너지는 포기할 수 없는 친환경적 필수 에너지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목표치 축소는 정부의 그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는 업계의 의욕에 찬 물을 끼얹는, 그리고 화석에너지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며 신재생에너지를 곁다리 에너지로 취급하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기본계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비중이 축소된 것 같지만 총량에서 늘었고 태양열, 풍력들이 늘어나 질적인 면에서 좋아졌으며, 분산전원 시장도 늘리기 때문에 정책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이는 비중 자체가 줄어드는 데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설득을 위한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수단인 동시에 주민 수용성이 점점 떨어지는 대규모 발전보다는 분산 전원으로서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여건 속에서 이러한 매력적인 에너지원을 홀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EU, 미국, 일본 등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통해 화석연료와 대등한 에너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신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목표치는 너무 초라하기만 하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내수 시장이 받쳐주었던 까닭에 가능했던 것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거대한 해외시장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외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만큼은 못하더라도 그에 근접한 수순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작년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평균 8%대에 이르고 있는 EU는(독일 10.7%, 이태리 13.2%, 스페인 11.9%, 스위스 20,5%, 덴마크 24.3% 등) 2009년 결의안을 통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전력 중 비중은 35%)로 확대하는 것을 강제(compulsory) 규정화함으로써 EU 각국은 이를 이행키 위해 노력하고 있고, 비중이 5%대에 있는 미국, 일본도 각각 이와 비슷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비중이 국제 기준으로 1%대에 머물러 있어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창피한 성적표를 보이는 점은 우리가 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절대 절명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늦게 뛰어 든 탓도 있지만, 아직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고 역량도 부족하여 신재생에너지가 어엿한 에너지원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기대치에 못미쳐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현 기본계획상 11%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잠재량 조사를 진행하면서 잠재량이 마치 목표치를 산정하는데 결정적인 잣대가 되는 양 들먹거렸지만, 이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다. 물론 잠재량이 우리의 현재의 공급여력을 볼 수 있는 지표이지만 절대적인 판단 요소가 될 수 없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적인 의지와 기업의 투자에 따라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잠재량은 고정 변수가 아니라 시장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탄력 변수이다. 국내 시장을 넘어 어마어마한 해외 시장도 있지 않은가?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육상 풍력이 그리드 패리티에 근접하였고 태양광, 연료전지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도 초기보다 반값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도 시장이 늘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재생 시장을 늘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공감대 형성,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 완화, 그리고 지난달 정부에서 발표하여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좋은 평가를 얻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대책(주민 참여 확대, RPS 제도 운영 내실화와 RHO 도입, 수출 산업화 등)의 실효성 확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시장 확대를 위한 토대는 튼튼해 질 것이다. 앞으로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탄력을 받을 경우 시장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에게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과제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 논리에만 연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주며, 천연의 무한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신재생에너지 목표치 높여야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을 종합적으로 성찰해 보면서 이번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제시할 목표치가 상향 조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성안을 위해 워킹 그룹에서 논의하고 있는 3개의 방안 중 가장 의욕적인 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에서 정책적 의지를 담아 더욱 상향 조정 되기를 기대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지금의 맷집이 허약하다하여 2035년에도 맷집이 강해지지 않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여 우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역량과 저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자조만 하는 것이 과연 옮은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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