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떠난 그의 빈자리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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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유택 삼성건설 안전환경담당 상무

님은 떠났어도 그의 남다른 소신과 열정, 사랑은

남겨진 자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


김유택 삼성물산 건설부문 안전환경담당 상무가 급작스런 병마와 싸운지 불과 1개월여 만에 지난 21일 오후 10시 30분에 향년 55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삼성건설에서 품질안전환경 및 노무관리 전문가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10대 건설사들의 안전임원들이 뜻을 모아 창립한 건설안전임원협의회(CSOC)의 제1대 회장을 지냈고, 한국안전학회 이사, 한국산재보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건설안전 임원으로 건설현장 곳곳을 누비던 그는 업무에 필요한 법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만학도로서 한국디지털대학교 법학과를 2008년에 졸업하며, 배움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노동부 산재심사위원에 위촉됐고, 그동안 업적을 인정받아 국무총리표창 및 대한민국 정부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06년에는 노동부와 매일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는 안전경영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찍이 고등학생이던 1976년부터는 장애인 봉사단체 베데스다 선교회와 함께 현재까지 34년여 동안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1997년부터는 법무부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후원했다.

고인은 최근 5월까지도 건설안전임원협의회 회장으로서 건설사 안전담당 임원 및 안전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 간담회를 개최해 10대 건설사 각 사별로 5,000명씩 총 50,000명의 건설근로자에게 기초안전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이 기초안전교육제도는 최근 입법예고가 됐으며 법제화 및 국회통과를 거쳐 내년 3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일군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안전경영 선도 및 사고예방 촉진의 주도적 역할을 했을 정도로 안전통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고인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정성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실장은 “과거 안전1세대가 미흡한 법체계 속에 후진국형 안전지도를 행했으나, 비로소 안전2세대인 故 김유택 상무 같은 전문가가 나오면서 체계적인 선진 안전경영시스템을 현장에 적용시키게 됐다”며 “이로서 우리 사회와 기업의 안전문화도 몰라지게 변하게 됐다”고 생전의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고인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이라는 깃발 아래 각 사의 안전실무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인화력 또한 대단했다”며 “선진안전정보공유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안전제도 개선책을 정부에 수시로 건의하며 안전사고예방에 크게 기여한 장본인”이라면서 고인을 일찍 떠나보낸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한 달 전 6월, 갑작스레 몸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그때는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위, 간, 췌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하게 전이돼 손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한다. 4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그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그를 아끼는 지인들은 ‘에끼 우직한 소 같은 사람아.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나. 남들은 조금만 아파도 병가낸다고 야단인데 그동안 병원 한번 못가보고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처자식도 생각해 몸도 좀 돌보면서 일했어야지.’하며 슬픔에 못이겨 책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어쩌랴. 생전에 몸 좀 보살피라고 말 못한 남겨진 자의 부족함만 탓할뿐.

병마는 너무 늦게 발견돼서 마지막 순간에 그를 데려갔다. 말기에 이른 병마조차도 제 한 몸 돌볼 겨를 없이 안전업무에 매진한 그의 뜨거운 열정 앞에 머뭇머뭇거리다 죽음의 순간에 그를 데려간 듯하다.

사회적으로 가장 예민한 사안인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은 그를 최고의 안전관리전문가로 만들었지만 한참 더 일할 나이에 홀연히 떠난 그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다.

남다른 열정의 안전파수꾼으로서 종횡무진 건설현장을 누비며 대한민국 안전능력의 위상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자며 관계자 등을 설득하던 고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의 못다 이룬 소원이 이뤄지도록 안전관리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몫은 우리에게 남겨졌다. 기술력 및 시공능력 못지않게 안전관리능력이야말로 곧 세계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그의 영전 앞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이 세상의 짐을 저 세상에선 편히 내려놓길 바라며, 님의 명복을 산업저널 독자들과 함께 빈다.

유족으로는 심연남(미망인)씨ㆍ정연(자영업) 지연(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재학)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6시30분이다. (02)3410-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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