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에 사는 즐거움 ― 이황 선집」

<신간 추천-우리 고전읽기>


뜨락을 거닐 제 달이 사람 쫓아오니/매화 언저리를 몇 번이나 맴돌았나/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날 줄 모르니/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달밤의 매화>

위 詩처럼 달밤의 매화 같은 향기, 자연의 경치가 한 눈에 읽히는 고전이 나와 화제다.
도산에 사는 즐거움-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시와 산문 작품을 가려 뽑은 선집이다. 이 책은 퇴계의 전모를 비교적 빠짐없이 담고 있다.

제목「도산에 사는 즐거움」에서 ‘도산’은 퇴계 이황의 생활공간이다. 철학자 퇴계의 면모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혹은 생활인으로서 퇴계를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다. ‘즐거움’은 퇴계에 대한 경직된 이해를 유연하게 풀어주면서 그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퇴계의 ‘즐거움’은 누구나 부담 없이 함께 느낄 수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또 성리학적 논변을 펼치는 퇴계뿐 아니라, 고향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움과 반가움을 느끼는 퇴계, 꽃이 져서 상심한 퇴계, 화초를 옮겨 심고 거기에 물을 주며 기뻐하는 퇴계, 여기저기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며 자연을 즐기는 퇴계,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해 물이 되고 갈매기가 되고 싶다는 퇴계, 친구가 찾아오자 반가워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퇴계, 엄동설한에 홑옷 하나 걸치고 추위에 떠는 나그네를 보고 연민의 정을 느끼는 퇴계 등 서정 시인으로서의 다양한 퇴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편역 김대중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 연수부 및 일반연구부를 수료했다. 논문으로 「화훼에 대한 서유구의 감수성과 그 의미」,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본 탈성리학적 정치론」등이 있으며, 조선 후기 한문산문과 문학비평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