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상의, 다국적 기업 설문조사 결과정부, 외환거래 등 규제 최대한 풀기로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세율을 인하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외환규제 폐지,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정착 등 핵심 5과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한 미국기업들의 모임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는 13일 ‘2002 한국 비즈니스환경 조사’결과를 통해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 상하이 등과 비교해 전반적인 사업여건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교통 통신 등 인프라와 인력수준은 우수하지만 다국적기업의 비즈니스센터 유치를 위한 기업환경은 경쟁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세금제도의 투명성과 영어구사능력은 홍콩과 싱가포르 다음으로 우수하지만 글로벌화, 노동시장 유연성, 출입국관리, 외환거래, 국가이미지 등 5개 항목에서는 경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다국적기업들이 꼽은 가장 사업하기 나쁜 지역으로도 한국이 꼽혔다.
이와 함께 암참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중추(Business Hub)’가 되기 위한 대안으로 5개의 핵심과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소득세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20% 수준으로 인하돼야 하며 한국내 외국인 혜택에 대한 소득세에 대해 비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기업의 자금을 국내외로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경영 및 경제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로운 정리해고 허용, 기업의 의무해고수당 폐지 또는 기업연금프로그램의 대체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한국의 글로벌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성공적인 국가들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칭하고 이에 대한 투자확대와 국가이미지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권유했다.
영어능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TOEIC이나 TOEFL과 같은 시험용 영어가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능력이 배양돼야 외국기업들로부터 투자유치가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날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은 “한국이 핵심과제를 해결한다면 2∼3년 내에 20∼50개의 다국적기업의 본부를 한국에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내용을 정부에 정식 건의했다.
암참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대한상의와 전경련 무역협회 기협중앙회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기업은 물론 국민, 정부 등 모두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번에 제안된 조치들은 실천가능한 부분부터 조속히 실천해나가고 경쟁력 배양을 위해 획기적인 투자와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14일 암참이 발표한 지적을 반영한 기업환경 개선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우선 외환수취 및 송금관련 신고 등 외환거래 규제완화대책을 적극 마련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재경부 산자부 국정홍보처 등 관계부처간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조사기관 등에 이미지 제고방안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국적 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조세부담 완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유해조세경쟁방지 논의나 국내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회근 기자/hkchoi@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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