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공정 시장"규정… 구체적자료로 압박

연초부터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통상압력은 자동차·철강·지적재산권 등 산업전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으며 무역불균형과 자금지원, 경제정책 등 거시적인 영역에서 세부분야별 경제관행이나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국내산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한·미간의 주요 통상이슈였던 자동차 관련 시장접근 문제가 올해는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OTRA 워싱턴무역관에서 접촉한 미 자동차 통상문제 관련 로비단체인 ‘자동차교역정책위원회(ATPC)’는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현대·기아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는 독점시장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ATPC측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에서 62만대를 판매한 반면 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한국에서 8,000대 이하를 팔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미국계 자동차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GM의 한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2,854대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통계치를 제시했다.
ATPC는 외산 자동차회사들의 판매량이 지난 2000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140만대를 판매한 상황에서 8,000대를 판매한 실적은 간과할 수 없는 격차라는 것이다.
또 외산자동차 구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과 8%에 이르는 관세, 9종에 달하는 복잡한 조세, 잦은 기술표준의 변화 때문에 격차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 가운데 특히 기술장벽과 관련해 높은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측의 기술표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라인 체제를 바꿔야 하며 이는 당연히 자동차 가격인상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불공정한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철강분야 역시 최대현안인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앞두고 있어 수출에 큰 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3월 4일 산업피해구제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환한 것이 WTO의 금지보조금 지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은 국내에 수입되는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제도를 의무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의약품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요청 등에 대해 광범위한 분야에서부터 세부적인 항목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미국무역대표부(USTR) 헌츠만 부대표가 방한해 국내 대표단과 협상을 가진 바 있으며 앞으로 부시대통령의 방한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회근 기자/hkchoi@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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