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주문품, 日은 대량, 美는 절충

EU와 미국, 일본 등 3강 체제로 구성돼 있는 세계의 일반기계산업은 지난 98년 기준으로 EU에서 32%, 미국이 26%, 일본이 17%의 비중을 차지해 전세계 일반기계 생산의 75%를 점하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에 EU가 35%, 미국과 일본이 각각 20%를 차지했지만 이후 일본의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엔화환율의 강세와 경기침체에 따른 설비투자가 감소함에 따라 일본의 비중이 점차 축소돼왔다.
EU는 지난 80년대 말의 호황이 끝나고 91년부터 93년까지 경기침체가 이어졌으나 94년부터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96년 독일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환율의 고평가로 상승세가 멈췄고 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이 지역의 설비투자가 급감하는 등 수요감소가 나타나 98년 하반기 이후 99년까지 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미국은 기계산업에서 88년부터 98년 사이에 9만2,000명의 신규고용인력을 창출해 유일하게 고용이 증가한 국가로 6%대의 고용증가를 이룩했다. 반면에 EU에서는 약 8%인 31만명의 고용감소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는 대폭적인 생산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1만명의 고용감소에 그쳤다.
이처럼 90년대 초의 침체기에 철저한 구조조정을 거친 EU가 90년대 연평균 2.7%로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보였으며 미국에서는 92년이래 지속적인 호황으로 생산성 하락을 피하면서 고용을 확대할 수 있었으나 일본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력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이 연평균 2%감소를 기록, 기업경쟁력 약화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와 미국, 일본의 경영전략을 살펴보면 EU의 기업들은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고객의 주문에 완벽하게 대응함으로써 충분한 이익을 확보하고 특히 철저한 전문화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다. 반면 일본은 생산자동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량생산에 주력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해외수요감소로 규모의 경제효과가 반감되고 엔화마저 강세를 유지해 가격경쟁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또 미국에서는 EU와 미국의 전략을 절충해 표준제품의 대량생산은 선호하지만 가격경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EU의 주요 생산품목은 조립금속과 산업용 노(爐)·버나와 농업용트랙터, 금속가공기계, 식품가공기계, 담배제조기계, 섬유기계, 펄프 및 종이가공기계 등에 특화돼 있으며 미국은 엔진과 터빈, 냉동공조기계, 농업용기계, 건설·광산기계 등에 강한 반면 섬유기계와 가죽가공기계 등에는 취약하다. 일본은 베어링, 기어 등 동력전달기계와 공작기계, 목재가공기계 등에서 경쟁력이 강한 반면 산업용 노·버너, 농업용기계, 식품가공기계, 담배제조기계, 종이가공기계 등에는 취약하다.
최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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