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세계1위, 지속적 성장세 '박차'

발주량 감소·통상갈등 등 어려움 많아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경쟁력 키운다


지난해 조선업계는 수주량은 2000년보다 많이 감소했지만 실질적 조업량을 나타내는 보정총톤수(CGT) 기준으로 볼 때 건조량 보다 많이 수주해 수주량 감소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해 수주물량을 선종별로 보면 고부가가치 선박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LNG 선은 전체 수주량에서 차지하는 점유비가 2000년 5.8%에서 22.9%로 신장됐다. 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2년 이상의 조업량을 확보할 만큼 안정적인 조업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당초 생산계획에 차질이 없이 원활한 생산활동이 이뤄지고 있어 조선업계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한 한해였다.
그러나 최근 신조선가가 모든 선종과 모든 선형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로 해운경기의 회복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신조선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향후 낙관적인 전망만은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더욱이 세계 건조능력은 중국 등 후발조선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대돼 신조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비관적인 측면이 더 크다.
또 지난 2000년 10월 EU조선업계가 우리나라에 대해 보조금 지급과 저가수주를 문제삼아 EU집행위에 무역장벽규정(TBR) 조사요청서를 제출해 불거진 한·EU간 조선통상문제도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 EU는 지난 12월에 EU내 선박업체에 대한 보조금 재도입과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WTO제소 문제를 표결에 붙였으나 일단 부결된 상태로 새해를 맞게 됐다.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수주 강화
조선산업은 건설과 함께 대표적인 ‘자전거 산업’으로 분류된다. 계속 페달을 밟아줘야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가듯이 수주물량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면서 인력비중이 높은 주문제작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물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경영상의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게된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향후 2년 정도의 조업물량이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조선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이 정도의 수주물량은 확보돼있어야 하고 페달을 밟듯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현재 확보된 물량이 IMF 외환위기 이전보다 많고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연간 세계 조선업계 수주량은 2,000만 CGT 이상이 될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2000년의 발주실적이 2,590만 CGT로 75년 이래 사상 최대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주량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종별 수주 특성은 중소형 탱커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종이 2000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LNG선이 시장주도 선종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수주량 면에서 지난 99년에서 2000년에 세계 1위를 유지해왔으나 올해에는 일본이 다소 앞서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품질과 가격 등 경쟁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납기 면에서 일본이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 주도선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LNG 선의 70% 이상을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월등하게 우위를 보여주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산업이 세계 정상으로 도약한 배경으로는 규모의 경제(synergy)를 실현시킬 수 있는 대형선 위주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꾸준한 연구개발로 다양한 선형설계 및 개발, 신공법의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킨 점 등을 들고 있다.
특히 IMF 사태 이후 환율이 올라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점이 현재 우리나라 조선산업 호황의 한 요인이 됐으며 앞으로도 원화와 엔화의 환율이 1:10 이상만 유지되면 한국의 경쟁력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선박이 대형화되고 선주들의 요구가 다양화되고 있어 일본의 부족한 설계인력과 정형화된 생산체제로는 탄력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일반상선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뿐이지만 현재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종은 중소형 벌크선 정도이며 현재의 설비나 생산성, 인건비, 환율 등 종합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이 일본보다 상당한 경쟁력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새해 세계 선박시장의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 할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최근 수년간 대량으로 발주된 선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될 경우 선박과잉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수요가 일단락 됨에 따라 올 수주량은 지난해보다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션 쉬핑 컨설턴츠’사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수년간 발주량 감소와 이로 인한 건조량 감소 및 신조선가의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향후 대형설비를 갖추고 신흥조선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 등 후발조선국의 거센 도전에도 몇 년 후 현실화될 것으로 대비해야 하며 EU 등과의 통상갈등도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엔화약세로 인해 달러당 130엔 대를 돌파해 일본의 가격경쟁력도 상당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보다 힘든 수주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재도약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조선업계로서는 현실에 충실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먼저 미래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선박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객선과 해저탐사선 등 미래전략 선박의 기초요소 기술확보를 위해 현재 매출액의 1% 수준인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앞으로 2∼3%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운항비가 절감되고 원가절감, 환경보호화, 안전성 강화를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가 확대된다.
또 수출의존도가 95% 이상인 국내 조선산업에 내수기반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에서는 세계의 시황이 나쁠 때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주요 선진국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금융 조달방안 등을 마련해 내수기반이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군집화를 위한 기반구축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선박의 설계와 생산, 관리 등에 있어 e-비즈니스를 통한 경영효율화와 생산성 향상, 경비절감, 기업이미지 등 경영활동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조선소를 중심으로 기자재 공급업체, 하청업체 등을 한 덩어리로 묶는 군집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업계 공동으로 조선CALS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기반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조선기자재연구원을 설립해 기자재 산업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한국 건조선박의 A/S망을 통해 선주들의 요구에 적극 대처하는 방안 등이 모색하고 있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WTO에 새롭게 가입한 중국에 대해서도 선박산업에 대한 경쟁과 협력관계를 새롭게 설정해 위협요소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며 EU와의 통상갈동도 새해에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업계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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