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대-중소기업, 중-경공업, IT-굴뚝, 지역간 격차 확대



양극화현상이 경제 전반에 걸쳐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이 내수회복을 견인하는 힘도 더욱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수 등 취약부문 활성화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의 양극화현상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수출활기 속의 내수위축 외에도 대기업-중소기업간, 중공업-경공업간, IT-굴뚝산업간, 지역간 양극화현상마저 심화돼 우리 경제의 부문간 불균형현상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작년에 수출은 19.3% 증가한 반면 소비와 투자를 나타내는 도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각각 -1.3%, -4.6%로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은 1월 32.7%, 2월 45.9%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와 투자는 1월에 각각 -2.5%, -3.1%로 감소했다.

이 같은 수출-내수간 불균형 현상의 원인을 ▶ 수출 부문의 내수 진작 효과 감소 ▶ 구조적 요인에 의한 소비 침체 지속 ▶기업의 투자 부진 등을 들었다.

첫째로 수출 부문의 내수 진작 효과 감소는 수출부문의 수입유발계수가 소비와 투자보다 높기 때문에, 역으로 수출이 생산과 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소비와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소비 침체 지속이다. 이는 소비심리 부진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또한 가계 부채 및 신용불량자 문제로 소비 여력이 축소된 것을 들었다.
이에 따라 평균 소비 성향은 2001년 74.9%에서 2002년 73.7% 그리고 2003년에는 71.1%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셋째는 기업의 투자 부진을 들었다. 특히 기업 비자금 사건, 정치 불안, 대립적 노사 관계 등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도 회복이 지연됐으며 외환 위기를 전후로 기업의 투자 전략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수출-내수간 불균형 현상은 향후에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었다. 각각 90만과 377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신용불량자 문제 때문에 가계부문의 소비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데다, 수출의 수입유발계수가 1995년 0.30에서 2000년 0.37로 확대됨에 따라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뒤이어 살아나던 과거의 패턴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장률 격차도 확대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증가율 격차는 작년에 4.1%p(대기업 6.8%, 중소기업 2.7%)에 달해 2002년의 2.1%p(대기업 9.0%, 중소기업 6.9%)에 비해 두 배정도 커졌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섰던 생산출하 증가율(2002년 대기업 7.9%, 중소기업 8.2%)도 2003년에는 대기업이 더 컸다.(대기업 4.6%, 중소기업 3.5%).

업종간 양극화현상 역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에 중공업 부문은 생산과 수출이 모두 성장세(8.0%, 22.4%)를 유지한 반면 경공업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생산 -4.1%, 수출 -0.3%)을 기록했고, 반도체, 정보통신 등의 첨단산업 부문은 2002년 이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면서 석유화학, 섬유, 조선 등 전통제조업 부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특히 2002년과 2003년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각각 8.2%와 5.2%를 기록하였는데, 이중 반도체 부문을 제외할 경우 5.7%와 2.3%로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전체 산업 생산 수준을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철강이나 석유화학의 생산은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고, 건설업은 2002년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런 산업 양극화의 원인은 첫 번째로 산업구조 변화 및 경기 침체를 들 수 있다. 90년대 급속한 산업 구조 조정이 지속된 가운데, 주력 산업 이외 업종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전통제조업 부문에서 정보통신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 및 국내외 시장의 신규수요 창출이 미진한 것도 업종간 격차를 확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 패턴 변화, 특히 정보통신 기기나 서비스 부문의 수요 확대도 장기적 측면에서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낸 또 다른 요인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산업양극화의 원인을 구조조정 정책과 자금 조달 편중으로 지적됐다. 즉 외환 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은 산업구조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더구나 산업 정책과 아울러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자금과 투자가 일부 산업이나 기업에 집중되면서 산업간 설비 투자의 편차를 확대시키고, 이는 산업간, 기업간 편차를 고정 내지는 더욱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 번째로 산업 양극화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산업의 세계 경제 분업 체제 편입이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아울러 세계 경제의 분업 체제에 대응하여 수출 상품도 일부 품목에 편중되면서 산업 구조도 변화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심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 증가율 격차가 2002년 다소 완화되는 듯이 보였으나, 2003년 대기업의 생산은 6.8%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중소기업은 2.7% 증가에 그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또한 출하 부문도 2002년 중소기업의 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질렀으나, 2003년 들어 3.5% 증가율을 나타냄에 따라 대기업의 4.6%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기업간 양극화의 원인은 첫번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향후 경기 전망에 비관론이 우세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경우 2004년 1/4분기 BSI는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여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는 기업들보다 많았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경우 2004년 1/4분기 BSI는 거의 대부분의 항목들에서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며 대기업들의 시각과 큰 편차를 나타냈다.

또 다른 기업간 양극화의 원인은 생산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생산성 악화이다.

이는 기업 자체적으로도 자금 조달 등의 이유로 신제품 개발 노력이 부진하여 신규 설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고임금·노사 분규 등도 투자 침체를 유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감소되고, 이는 다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양극화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경기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취업자 증가율 역시 대전과 울산지역이 각각 0.6%, 0.4% 증가한 반면 대구와 부산지역은 -1.5%, -5.8%를 기록해 지역별 편차를 드러냈다.

최근 5년간 대전 지역의 고용이 비교적 안정된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부산 지역의 고용 상황은 변동이 심하고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의 문제점에 대해 경기양극화로 시작된 양극화 현상이 산업간, 기업간, 지역간 양극화 현상으로 발전되어, 경기 회복 지연, 성장잠재력 훼손, 빈부 격차, 사회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지적했다.

또한 수출호조와 내수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높여 작은 외부 충격에도 취약한 경제 구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는 산업양극화의 문제점으로 ▶해외 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불안정성 확대 ▶고용 불안 증대 ▶ 임금 격차 확대 등을 들었다.

다시말해 일부 산업으로의 편중은 국내외 시장 수요에 대응한 것이나, 세계 시장 변동에 대한 국내 경기의 민감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또 산업 구조 변화가 노동 시장에서의 수급 균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의 훈련 등이 필수적이나, 이러한 조정 기간 중에 고용의 불안정을 증대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산업간 경기 편차의 확대로 각 산업의 부가가치 편차도 커지면서 업종별 임금 격차도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문제점에 대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경기 후행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단 기간 내 생산 설비 확충은 어려울 전망, 따라서 중소기업의 생산 능력 저하로 인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다시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차이를 확대시키는 소득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2년 중소기업의 생산이 전체의 반이 넘는 51.2%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부문의 침체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켜 곧 경제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양극화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내수와 중소기업, 굴뚝산업 등의 성장기반이 약화되면 결국 수출과 대기업, IT산업의 지속성장 마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총액출자제한 폐지 등 규제완화를 통한 내수활성화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해 일본(0.12)의 3배에 달하는 수출의 수입유발계수(0.37) 축소 ▶중소기업 설비투자 회복을 위한 금융·세제지원과 해외판로 지원 ▶핵심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경공업 등 전통제조업의 IT화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토지 관련 규제, 총액출자제한제도 등의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기업하기 좋은 경제 여건을 조성하여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정책대안으로 제조업 관련 상품 수출보다 내수에 대한 파급 효과가 높은 서비스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세제 지원과 전력 사용 비용 등에서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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