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 지내고, ‘기술경영’ 중시한 소탈한 인품

29일 타계한 故 조석래 명예회장.(효성 제공)
29일 타계한 故 조석래 명예회장.(효성 제공)

효성그룹을 한때 재계 6워로 끌어올리고 전경련회장을 지냈던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29일 타계했다. 35년생으로 향년 89세. 7년전인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조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효성그룹은 최근 효성과 별도 지주회사로 분리, 장남 조현준회장이 효성을, 삼남인 조현상부회장이 6월 독립될 신설 지주회사를 맡기로 계열분리를 공표한 바 있다. 한때 형제의 난으로 불렸던 장남 조현준회장을 상대로 차남인 조현문 前부사장이 소송을 걸기도 했으나 상당부문 효성 그룹 전체의 승계 밑그림을 그려졌다. 편안한 영면이 됐을 것이란 평가다.

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동생 한국앤컴퍼니(전 한국타이어) 조양래 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조현범회장은 2001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3녀 수연씨와 결혼했다. 또 이명박 前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前 국회의원의 사위가 LG家의 구자도 LB인베스먼트 회장의 아들 구본천 대표다.  효성이 정-재계와 얽혀있는 구도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37년생인 차남이 조양래 명예회장이다. 故 조석래 명예회장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당초 대학교수를 꿈꿨으나 1966년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부친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귀국, 효성물산에 입사하며 기업인의 삶을 시작했다. 귀국 직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했다. 효성그룹 성장의 기틀이 된 지점이다. 1982년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며,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부문에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기술 중시 경영을 펼치며,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는 효성그룹의 핵심 DNA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토대가 됐다. 기술에 대한 집념으로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며 고(故) 조홍제 창업주 회장 때부터 줄곧 강조해온 '산업입국'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산업입국(産業立國)의 창업이념에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철학을 더해 기술 중심의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한 것이다.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을 외쳤고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사회와 정치 안전을 바라고,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일 깨우기도 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경영인으로도 손꼽혀왔다. 겉치레로 격식 차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고, 회장이라고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주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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