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이어 체코·폴란드서 한수원등 K-원팀 추가 시도
현대,코즐로두이(Kozloduy)원전 2기 시공 유력
23일 입찰자격사전심사(PQ) 통과 불가리아 의회 승인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어 해외 대형원전 추가 수주

우리나라 원전(사진은 한국원전 효시 고리원전단지)의 해외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사진은 한국원전 효시 고리원전단지)의 해외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정부가 원전 수출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기위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2027년까지 원전설비 5조원 수출 달성을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불가리아 원전의 시공을 현대건설이 맡을 공산이 커졌다.

현대건설은 25일 세계적 기업인 벡텔, 플루어를 제치고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신규원전의 입찰자격사전심사를 단독으로 통과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발표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Kozloduy)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입찰자격사전심사(PQ, Pre-Qualification)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불가리아 의회 승인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2200㎿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계약자 선정은 발주처인 불가리아 원자력공사(KNPP NB, Kozloduy NPP-New Builds)와 협상을 완료한 4월이 될 전망이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위치도(제공=현대건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위치도(제공=현대건설)

불가리아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코즐로두이 원전은 1969년부터 시공된 불가리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로, 1~4호기는 노후화 문제로 폐쇄됐으며 현재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가압경수로형 모델 5·6호기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 신규 건설이 확정된 7·8호기는 AP1000 노형이 적용될 예정으로 2035년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벡텔(Bechtel), 플루어(Fluor) 등 유수의 기업이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까다로운 사전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시공사로서, 단독으로 의회승인을 받아 글로벌 톱 원전 시공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는 풍부한 시공 경험, 뛰어난 기술력,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원전 생태계 복원 결정과 지속적인 K-원전 지원책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발주가 재개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 주간사로 참여한 압도적 기록을 잇게 됐으며, 2022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청정에너지 동맹'에 따른 파트너십이 SMR 등 차세대 원전사업까지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그동안 탈원전 정책 등으로 다소 주춤했던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유럽시장은 그린 택소노미에 이어 탄소중립산업법(NZIA)까지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팀코리아 참여는 물론 다각적 루트를 통해 더 많은 수주 낭보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폴란드, 3월까지 타당성조사후 계약 전망

6월까지 체코 수주 ‘韓佛 2파전’ 치열

하반기 네덜란드 수주전으로 이어질듯

원전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산업 생태계 복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유럽시장을 향한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대형 신규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영국 등에서 추가적인 수주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원전업계에서는 해외 원전 수주의 물꼬가 트이면서 원전 생태계에 한층 더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전업계에 따르면, 현재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팀코리아’와 프랑스전력청(EDF)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다. 체코 정부는 2월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탈락을 공식화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오는 2036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당초 1기를 계획했던 체코 정부가 3기를 더 건설키로 하면서 총 사업비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업계에서는 통상 원전 1기당 사업비가 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팀코리아와 EDF는 4월15일까지 새로운 입찰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며, 체코 정부는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팀코리아가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수주하게 된다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20조원)을 뛰어넘는 최대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원전업계에 미치는 일감 증가와 고용 창출, 생산확대 등 파급 효과 역시 클 것이란 전망이다.

폴란드 신규원전은 한수원과 폴란드전력공사(PGE), 민간 발전사 제팍이 3월말까지 타당성조사 계약을 맺기로 했다. 2022년 10월말 제팍 등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데 이은 것이다. 한수원은 1년~1년6개월 안에 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PGE, 제팍과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원전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가동은 2035년으로 예정돼 있다.

올 하반기에는 네덜란드 신규원전 수주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제일란트주 보르셀러 지역에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네덜란드 에너지부와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기술타당성조사 계약을 맺었다. 해당 조사는 최소 6개월간 진행된 후 올해 가을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체코 원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도 조사에 착수하면서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까지 최대 8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영국 역시 주요 수주 대상국 중 하나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당시 원전 관련 9건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당시 두 나라는 원자력 기자재 공급방안, 원전 건설 관련 국내 건설사의 영국 진출 모색 및 현지 건설사와 네트워크 구축 등에 협력키로 했다.

원전업계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망가진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원전 수출 낭보가 산업 활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등 지금 해외 원전 나오는 것들은 팀코리아 차원에서 다 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며 “해외 원전을 수주하게 되면 큰 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소협력사들도 일감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등 팀코리아는 지난 2022년 8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루마니아에서는 2600억원 규모 삼중수소 제거 설비계약을, 같은 해 10월에는 1조원 규모 체르나보다 원전 리모델링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