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 ‘리튬’ 그 쓰임새 만큼 개발경쟁 ‘치열’
美 태커 패스 프로젝트, 리튬 공급망 재편 가능성
GM, 리튬 광산 개발사에 6억5000만 달러 투자

[美 네바다주 리튬 광산 태커 패스 위치]
[美 네바다주 리튬 광산 태커 패스 위치]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 확보전이 치열하다.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는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삼각지)로 불리며 석유기구인 OPEC에 버금가는 리튬동맹을 출발시켜 자원 선진국으로 발돋음 중이다. 또한 호주-중국 등 리튬 강국들도 이에 뒤질세라 리튬의 개발-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리튬 생산국 순위는 다시 쓰여질까. 미국 네바다주 험볼트카운티의 태커 패스(Thacker Pass)에 고농축 탄산 리튬(Lythium Carbonate)이 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향후 리튬 공급망과 생산국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컬럼비아대 라몬트 도허티 지구관측소의 토마스 밴슨 박사 연구팀이 네바다주 태커 패스에서 기존 리튬 농도보다 2배 높은 고농축 탄산 리튬 매장지를 발견했다. 이 곳의 매장 추정치는 약 2000만~4000만 톤 규모로 최대치는 기존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로 알려진 볼리비아 염호(약 2300만 톤)을 능가하는 규모라고 뉴욕포스트는 논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리튬 아메리카(Lithium Americas)사는 1640만년에서 1610만 년 전 칼데라(화산성 분출에 따라 일어나는 붕락에 의해 형성된 화산 지형) 형성 과정에서 대규모 리튬 농축이 발생했으며 일반 리튬보다 2배 농도가 높아 생산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대, 증가하는 리튬 수요

하얀 석유'로 불리우는 리튬은 전기차와 핸드폰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필수 소재로 호주, 칠레, 중국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각국은 총성없는 핵심광물 전쟁을 지속해왔다. 리튬도 그 중 대표적인 핵심 광물이다.

 전 세계 리튬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tatista 가 올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약 31만 톤에 불과했던 전 세계 리튬 연간 수요는 2035년 연간 약 380만 톤 규모로 전망된다. 지난해 리튬의 글로벌 생산 비중을 살펴보면 호주가 1위, 2위 칠레, 3위 중국, 4위 아르헨티나, 5위 브라질, 6위 짐바브웨, 7위 포르투갈, 8위 캐나다 순이었지만, 네바다주의 리튬 매립 광산에서 본격적인 채굴과 제련이 시작되면 리튬 공급망 지형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채굴·가공 규정을 통해 탈중국 및 원재료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큰 그림을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을 살펴보면,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나머지 3750달러를 추가 획득이 가능하다. 

IRA는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할 시 배터리 셀 생산 1kWh 당 35달러, 모듈까지 제조하면 4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리튬 공급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연례 ‘핵심 광물 보고서’에도 리튬 공급망 리스크가 단기적·중기적으로 크다고 보고됐다.

■완성차 업체들 리튬광산 개발 직접 투자

미국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벌써 발빠른 투자를 시작했다. GM은 지난 1월 태커 패스 리튬 매립 광산 개발을 주도하는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에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향후 10년간 개발 1단계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게 됐으며 이를 통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태커 패스 광산 개발이 완료되고 채굴 및 제련이 시작되면 GM은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리튬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GM은 필라델피아 소재 리튬 회사 리벤트(Livent)와 남미의 리튬 광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Ford도 칠레의 리튬 광산업체 SQM과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완성차 업체 Big3 로 불리우는 GM, Ford, Stellantis 모두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주 등 미국 내 각처에 배터리 현지화를 위한 공장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농축 리튬 매립지 발견과 투자 소식은 공급망 재편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목할 점

세계는 지금 핵심광물 확보를 두고 패권 경쟁과 광물 동맹 열기가 뜨겁다. 미국의 태커 패스 프로젝트의 경우 리튬 채굴과 생산 예정이 2026년 말 쯤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장량과 채굴 생산력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도 나오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은 배터리 원자재 중에서도 채굴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긴 원자재다. 리튬 채굴에 최소 6년에서 19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순탄하게 채굴과 생산이 가능케 된다면, 전기차 시대 전환 시점과 태커 패스 프로젝트의 리튬 생산 활성화 시점이 맞물려 원재료부터 배터리 생산 공급이 모두 미국 내에서 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완성차 업체들이 광산 개발에 직접 투자를 하는 모습은 과거에 Ford사가 완성차에 필요한 타이어 재료 확보를 위해 브라질에 고무 농장을 세웠던 산업화 초기 모습 같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G사의 배터리 엔지니어 A씨는 최근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과 배터리 동맹을 통해 다수의 배터리 공장을 여러 주에 건설 중인 상황을 봤을 때, 태커 패스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는다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는 한국 기업들의 리튬 공급망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국 기업들도 칠레 등 주요 생산국에서 리튬 확보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 현지에서 리튬을 구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공급망 재편은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태커 패스 프로젝트를 통해 과연 세계 최대 수준의 리튬 생산이 가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 리튬 매장 지도]
[세계 리튬 매장 지도]

[美에너지부 인용-KOTRA 제공]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