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글로벌 이슈와 환경서 더 커지는 ‘미래 기술’ 주목
주도 기술로 ‘지속가능성·디지털 헬스·AI·모빌리티’ 떠올라
1월 9-12일 美 라스베이거스서 글로벌 기업 3500개 이상 참여

[CES 2024의 테마 ‘ALL ON’ 이미지]
[CES 2024의 테마 ‘ALL ON’ 이미지]

매년 1월 초 글로벌 산업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연례행사인 소비자 가전전시회 CES가 올해는 1월9일부터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기업 3500여사 이상이 참여한다.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ALL TOGETHER. ALL ON'이라는 테마를 내세운 이번 CES 2024에서는 업계와 분야를 막론한 글로벌 비즈니스 구성원 및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현시대가 당면한 이슈의 돌파구가 돼줄 기술과 혁신의 흐름에 모두 함께(All together) 동반하게(All on) 될 듯하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대 소비자 전자제품 종합 전시회인 CES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몇 개년 간 규모가 대폭 축소된 바 있으나 2023년부터 그 이전 규모와 수준을 회복해왔다. 다가올 2024년 행사 역시 약 4000개에 가까운 기업들이 전시에 참가하고 1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규모와 콘텐츠 모든 면에서 전년의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CES의 주최사 CTA(미국 소비자기술협회)가 매년 CES를 앞두고 발표했던 5대 기술 트렌드 전망은 이제 잠정적으로 중단됐지만, CTA의 앞선 기술 전망들과 CES에서 다루어질 핵심 주제들을 통해 내년에는 어떤 키워드가 소비자 기술 시장의 화두가 될 것인지 간략히 예측해 본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글로벌 지정학적 대립들 그와 연관된 국가 간의 자원 및 무역 이슈,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기후변화 및 각종 환경 문제들까지 전년에 이어 ‘지속가능성’은 우리 인류의 최우선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급부상 중이다. 인류가 당면한 지속가능성 문제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분야에서부터 불안한 국제 정세로부터의 회복력 이슈, 한정적인 자원 고갈 문제 등 매우 광범위한 사안들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기술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끌어올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최대한 재활용하며, 가능한 한 지속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는 등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매우 다양하다.

CTA에서는 지속가능성의 분야를 크게 △전기화(Electrification), △실험적 활동(Experimentation), △급속화(Expediting), 즉 세 가지 ‘E’로 정의한 바 있다. 강력한 청정에너지 및 제품 인프라 구축을 가능케 하는 ‘전기화’, 탄소 포집이나 그린수소(Green hydrogen)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실험적 활동’ 그리고 풍력이나 태양력 등 기업들의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을 위한 프로젝트 실행에 더욱더 무게를 싣게 하는 ‘급속화’까지, 이 세 가지 영역은 지속 가능한 기술 발전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순환적인 식품 공급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인공 생물학(Synthetic biology), 에너지 효율은 높고 탄소 배출은 적어 전기차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Solid state battery),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핵심 자원의 재활용을 가능케 하는 각종 기술과 서비스들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구성요소로 꼽힌다. 이번 CES 2024에 참가하는 기업 3M, Siemens, Jackery 등의 전시를 통해 이러한 지속 가능 영역에서의 새롭고 다양한 기술 혁신들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 헬스 IT(Health IT),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s), 텔레헬스(Telehealth), 텔레의약품(Telemedicine), 개인 맞춤 의약품(Personalized medicine) 등 한 번쯤 들어보았던 헬스케어 분야의 용어들이 모두 이 ‘디지털 헬스’ 영역에 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난 몇 년간 건강에 관한 인류의 인식은 크게 상승했고 이렇듯 촉구된 관심으로 인해 위처럼 다양한 디지털 헬스 기술에 대한 소비자와 의료인 모두의 접근성 또한 매우 광범위해진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헬스케어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위급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다양한 디지털 헬스 기기(Digital health devices)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과 웰빙을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컴퓨터 플랫폼에서부터 각종 소프트웨어나 센서까지, 질병의 진단·치료·연구를 돕는 다양한 기술과 기기들은 실제로 의료 영역에서의 비용 절감 및 정확성 향상에 크게 기여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24년에는 디지털 헬스 영역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AI가 분석한 대량의 의료 데이터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의 개발 및 제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의료진의 업무 흐름을 간소화함으로써 단순 반복적인 작업의 연속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의 번아웃(Burnout) 등도 예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의료 영역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실제 사용자들의 인식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AI 기반의 디지털 헬스 분야는 꾸준한 성장 모멘텀을 얻고 있다. CTA의 설문조사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에 관심을 나타낸 미국인 4명 중 3명은 디지털 헬스 솔루션이 전반적인 웰빙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고 AI 개념에 익숙한 미국 성인 중 42%는 AI로 인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았다. 더 나아가, 설문 대상의 42%가 ‘AI 활용 기술이나 기기가 그들의 의학적 진단을 하는 것’에 기꺼이 찬성했고 64%는 ‘AI 의사(AI doctor)와 원격 상담을 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AI 기술의 접목으로 더욱 강화되는 디지털 헬스 영역은 헬스케어 시장을 보다 개인적이고 이동 가능하며, 정확한 방향으로 성장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AI의 확산(Artificial Intelligence Everywhere)

현시대에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은 단순한 문제 해결에서부터 창작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사용자의 경험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를 갖춰 스스로 움직이는 물리적인 로봇(Robotics)뿐만 아니라, AI를 장착한 칩과 하드웨어, AI 기술을 결합한 각종 소프트웨어, 나아가 그 모든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작동되는 최첨단 AI 솔루션들이 IT, 소매, 식품, 농업, 제조업 등 분야를 막론한 수많은 산업 시장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거나 활용을 앞두고 있다. 이번 CES 2024 현장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차세대 AI 기술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시장에서의 AI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AI 인식 수준 향상도 포착되고 있다. CTA가 올해 7~8월 미국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87%가 AI 기술에 관해 자주 혹은 종종 들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비자들은 AI를 ‘겁나는(Scary)’ 혹은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것으로 느끼며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으나, 응답자 중 상당수가 AI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쳐 현재 전반적인 AI에 관한 소비자 인식은 상당히 낙관적인 상태다. 이들은 AI를 ‘혁신적인(Innovative)’, ‘초현대적인(Futuristic)’, ‘지능적인(Intelligent)’, ‘도움이 되는(Helpful)’, ‘효율적인(Efficient)’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또한, 많은 소비자가 장보기 혹은 쇼핑 아이템 추천, 피트니스 코칭, 범죄 예방, 가사 도움 등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활동에 대한 ‘도우미(Helper)’로서 AI를 기꺼이 사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AI 기술의 적용에 있어서 입법기관이나 정부가 중심적인 제어 장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소비자들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AI 기술의 균형적인 적용 및 발전’은 이 영역의 장기적인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Mobility)

육지의 길에서, 물 위의 길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창공의 길에서까지 ‘차량 기술(Vehicle technology)’의 성장은 그 어떤 제동의 기미도 없이 지속되고 있다. 차량 기술뿐만 아니라 더 포괄적인 운송 관련 기술까지도 모두 포함되는 이 ‘모빌리티’ 영역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전기화(Electrification)’ 및 ‘자율화(Automation)’의 바람과 함께 그야말로 날개를 단 분야로 꼽힌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처럼 지금은 널리 익숙해진 기술이 낯설게만 느껴지던 과거 시절부터, CES는 그러한 혁신 기술들을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데뷔 무대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스스로 주차하는 전기자동차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BMW i3’에서부터 최초의 전기 에어택시(Air taxi) 콘셉트로 소개돼 주목받은 ‘Bell Nexus’까지, CES에서는 지금까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새로운 차량 기술들이 여럿 소개된 바 있으며 가장 근래의 2023년 행사에서는 ‘전기화’ 트렌드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자율 모빌리티’ 기술들의 향연이 펼쳐진 바 있다.

다가올 CES 2024에서는 감응식 순항 제어(Adaptive cruise control), 충돌 방지 및 차선 준수 가이드와 같은 첨단 기능들과 함께 더욱더 안전한 도로 및 주행 환경을 향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도로 위의 자동차 기술’을 넘어, 더 발전된 에어 모빌리티와 해양 모빌리티 기술 역시 눈앞에 펼쳐질 듯하다. 2024년 CES 현장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의 선진 에어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AAM) 기업 ‘Supernal’과 중국계 전기차 기업 XPeng 소속의 에어 모빌리티 계열사 ‘AeroHT’가 운송 및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최첨단 ‘플라잉 카(Flying car)’의 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해양 레저용 선박 종합 제조기업 ‘Brunswick’과 선박용 엔진 제조기업 ‘Volvo Penta’ 등이 기존의 항해 경험을 한 차원 높이는 동시에 지속가능성까지 추구한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 기술을 제시할 계획이다.

■뭘 시사하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필요한 각종 기술들의 개발과 발전에 완전히 전념(All in)해 왔다. 그렇게 쏟아 왔던 모든 집중과 관심이 실제 첨단 기술로 실현되는 단계에 접어든 지금, 모두 함께 그러한 기술 성장의 흐름에 올라타(All on) 인류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때가 왔다. 더 지속 가능한 지구와 그 미래, 강력한 상호 네트워크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경험들,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들, 더 나아가 기술이 가능케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전부 포함되는 이러한 ‘흐름’을, 다가오는 CES 2024에서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주최사 CTA의 K 디렉터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남지 않은 이번 CES 2024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 육·해·공 모든 무대에서 활약할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 머신 러닝이나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s)과 같은 최신 인공지능 기술들을 비롯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확장현실(XR)과 같은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의 성장 또한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산업 및 시장 분야를 한 데 아우르는 CES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한 K 디렉터는 훌륭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 중인 우리 기업들의 행보에도 기대를 덧붙였다.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기술의 흐름들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돼 우리의 기술 소비 경험을 향상시킬지, 이번 CES 2024 무대의 향방을 기대해 본다.

[선진 에어 모빌리티 기업 ‘Supernal’의 전기 수직이착륙 교통수단(eVTOL) 콘셉트 모델]
[선진 에어 모빌리티 기업 ‘Supernal’의 전기 수직이착륙 교통수단(eVTOL) 콘셉트 모델]

<자료제공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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