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구원 최혜경·윤민주 박사팀, 고효율 신축 열전소자 연구결과 국제 학술지 게재
음(-)의 푸아송비를 지닌 가스켓을 이용한 부분 공기층 활용, 웨어러블 기기 적용 기대

KERI 최혜경(왼쪽)·윤민주 박사가 메타 물질을 활용한 신축·유연 열전소자를 선보이고 있다.
KERI 최혜경(왼쪽)·윤민주 박사가 메타 물질을 활용한 신축·유연 열전소자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최혜경·윤민주 박사팀이 자연계에 없는 ‘메타물질’을 활용해 열전발전 소자의 신축성과 효율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힘을 가해 물질을 가로 방향으로 늘리면 세로 방향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고무공을 누르면 옆으로 납작하게 퍼지고, 고무줄을 당기면 팽팽하게 늘어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힘을 받은 수직방향으로 압축·팽창하는 비율을 ‘푸아송비(Poisson's ratio)’라고 한다. 반대로 메타물질은 자연계 물질과 달리 가로 방향으로 늘려도 세로 방향도 함께 늘어나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물질이다. 메타물질은 음(Negative)의 푸아송비를 가진다.

KERI는 이러한 메타 구조를 지닌 ‘개스킷(gasket)’을 활용하여 열전소자의 신축성을 최대 35%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개스킷은 접촉면에서 가스나 물 등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넣는 일종의 패킹이다.

열전소자는 양 끝의 온도 차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원리다. 일상생활에서 낭비되는 열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로 불린다.

그동안 대부분의 열전소자는 딱딱한 세라믹 기판을 활용하다 보니 피부나 온수관 같은 곡면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이나 고분자 등 유연성 재료를 활용했지만, 높은 전도율이 문제였다. 열전소자는 각 물질 경계선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효율이 높은데, 유연성 재료는 전류를 너무 잘 흘려보내 열 손실이 발생했고, 큰 온도 차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즉, 열전소자는 유연·신축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는 것이 중요하다.

최혜경·윤민주 박사팀이 활용한 개스킷은 메타 구조로 되어 있어 열전소자의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고, 사람의 피부처럼 잘 늘어나며, 어느 곳에도 부착이 용이하다. 또한, 개스킷 내부의 공기가 우수한 절연성을 가지고 있어 열 손실을 막고, 기존의 유연 열전 소자 대비 온도 차를 최대 30%까지 높이는 등 열전소자의 효율성도 확보했다.

KERI의 열전소자는 최대 35% 이상의 신축성을 지니면서 전력생산 밀도는 20배 이상(0.1μW/cm2 ⇒ 2~3μW/cm2) 높다. 열전소자 모듈을 크게 늘려도 전기적 특성의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축성과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팀은 1만 번 이상의 반복적인 굽힘에도 소자가 성능 손실 없이 유지되는 내구성까지도 확보했다.

KERI 최혜경 박사는 “우리 연구원은 고성능의 열전소재 개발 노하우뿐만 아니라 에너지 하베스팅 전용 모듈화 기술, 안정적인 자율전원장치 관련 기술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융합 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원천 기술 개발부터 실증, 실생활 응용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IoT 및 AI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배터리 등 별도의 전원 공급 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KERI 열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통해 간단하게 몸에 부착하여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모듈을 통해 전원까지 바로 공급할 수 있다. 차세대 의료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관련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너지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 속표지논문으로 최근 게재(Impact Factor 27.8 / JCR 상위 2.5%)됐다.

연구팀은 열전소자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냉각기술 및 전력관리회로 개선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하베스팅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소개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3개의 지역조직(안산, 의왕, 광주)이 있으며, 전체 직원수는 800여명에 달한다. 연구원은 1976년 설립 이래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및 전력기기 ▲전기추진 및 산업응용(전동기, 로봇, AI 등)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력반도체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 국가 기본 인프라부터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 분야 연구개발(R&D)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왔다. 

주요 성과로는 △765kV 초고압 전력설비 국산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원전 제어봉 구동장치 제어시스템 △한국형 배전자동화시스템(KODAS)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국내최초 전기선박육상시험소(LBTS) 구축 및 운영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보호용 핵심소자 △나노탄소소재 기반 고성능 전극 기술 △전고체전지용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대량생산 기술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이 가능하고 업계가 주목하는 대형 원천기술들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계 기술이전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KERI는 또한 전력기기에 대한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이자 세계 2위 수준의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세계적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 설비와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KERI의 시험성적서가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게 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 업체의 해외시장 개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6년에는 중전기기 산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4000MVA 대전력설비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 업체들의 시험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상당부분 해소했으며, 고객들에게 질 높은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험운영시스템’도 구축했다. 

KERI는 2023년 1월 13일, 제15대 김남균 원장 체제를 맞아 ▲국가·국민 생활에 크게 기여하는 초대형 성과 창출 도전 ▲AI 및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디지털 융합 전기기술 개발 ▲KERI 주도의 세계적 기술 리더십 확보 및 신산업 기반 창출 ▲이차전지, E-모빌리티, 전력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 초격차 경쟁력 확보 ▲전기 의료기기 및 차세대 국방기술 개발과 국내 전력기기 업체 수출 지원 등 국민·기업이 체감하는 성과 창출 ▲지역 산업 발전 및 혁심 거점으로서의 역할 수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이 찾아오는, 국민과 함께하는 연구원’이 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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