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제조 기업, 혁신 추진 체감 떨어져…격차 해소해야

무역협회가 기업들의 혁신 추진 체감도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무역협회가 기업들의 혁신 추진 체감도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무협,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혁신 필요성에는 절반 이상이 공감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과 제조기업들의 혁신추진 체감도는 떨어져 그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 정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는 8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지역 산업별 혁신·DX 추진 현황 및 애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기업 1,02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 산업별 혁신·DX 실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조성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58.1%)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조성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58.1%), 다소 필요하다 (27.1%), 다소 필요 없다(11.8%),  필요없다(3%)고 응답했다. 매우 필요(10점) 응답 비중(대기업 제외)은 중견(11.5%), 중소(24.3%), 개인사업자(27.0%)등이다.

대기업의 경우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1%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바, 이는 대기업의 경우 인적·물적 혁신역량을 자체 보유하고 있어 지역 내 혁신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체감하는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수준을 4단계(기초-성장-성숙-완성)로 구분했을 때 응답자의 78.3%는 현재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수준이 초기(기초·성장)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수준은 기초(36.1%), 성장(42.2%), 성숙(16.7%), 완성(4.1%), 기타(0.9%)등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조성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는 2단계(대기업-완성 단계, 중소기업-성장 단계)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기업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혁신의 성과가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의 혁신 생태계로 공유·이전되고, 타 업종의 중소기업이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업이 체감하는 자사의 혁신 수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4%가 자사의 혁신을 ‘시작은 했으나 진행이 더딘 편’으로 답변해 기업 혁신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자사의 혁신 수준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18.7%), 시작은 했으나 진행이 더딘 편이다(40.4%), 보통이다(26.2%),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13.6%),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1.2%)고 답했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혁신 수준을 5단계(준비 중-도입 시작-적용 중-정착-활발히 진행)로 구분했을 때, 응답 기업의 28.6%가 혁신 도입 수준을 ‘적용 중(3단계)’로 평가한 가운데, 산업별·지역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의 혁신 수준(전체업종, %)은 준비 중(17.2)-도입 시작(25.4)-적용 중(28.6)-정착(23.3)-활발히 진행(5.5)으로 답했다.

산업별로 보면 전자·전기, IT·통신·콘텐츠 분야 종사자는 자사가 속한 산업의 혁신 상태를 ‘정착~활발히 진행(4·5단계)’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금속, 석유화학, 섬유·패션 분야는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준비 중~도입시작(1·2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역별로 보면 기업의 혁신 도입 수준과 관련하여 ‘정착~활발히 진행(4·5단계)’라고 응답한 기업이 수도권은 27.4%, 비수도권은 24.7%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혁신의 수준이 높은 산업군 (IT·통신·컨텐츠, 전자·전기 등)의 기업들이 수도권에 위치하면서 수도권이 비수도권 대비 높은 혁신 도입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이 혁신을 추진하는 데에서 느끼는 주요 애로사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재 기업 모두 공통적으로 ‘자금 부족(49.4%)’을 꼽았으나, 비수도권 기업은 ‘수도권 대비 인프라와 정보 부족(39.2%)’을 2순위로 응답해 수도권에 편중된 지원 정책에 대한 애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됨됐다.

기업이 가장 기대하는 혁신 지원 정책으로는 ‘지역별 주력 산업 개편 등으로 인한 지자체 및 정부의 추가 지원(43.5%)’을 꼽았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지자체 및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특히 비수도권 기업은 정부 정책을 통해 ‘관심 인구 유치를 통한 지역 내 인력난 해소(21.6%)’와 ‘전후방 밸류 체인을 고려한 패키지형 지원으로 연관 산업 동시 성장(18.7%)’을 기대하는 응답 비율이 수도권(각 13.9%, 16.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은 지자체 및 정부 지원으로 지역 내 완결성을 갖춘 산업 가치 사슬과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희망하며, 특히 지역 내 인력난 해소에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은 지역의 혁신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자금 지원(46.1%) ▲인력 지원(9.6%) ▲정보 제공(9.4%) ▲인프라 구축(6.1%)▲규제 철폐(5.2%)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기업들은 장기적·선별적 자금 지원을 통해 안정적 자금 환경에서 혁신 추진·디지털 전환 절차를 수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도권 대비 부족한 인력·정보·인프라 여건 개선을 위해 지자체와 정부가 지역 기업을 위한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 자체적으로도 산학 협력 및 지역 기업 간 협업을 확대해 지역 격차를 해소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OECD가 발표한 ‘한국의 혁신 정책 분석 보고서(OECD Reviews of Innovation Policy : Korea 2023)’에서도 우리나라의 혁신은 대기업과 제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ICT 역량이 상대적으로 나은 계층의 대기업 취업 집중 등으로 인하여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혁신 역량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R&D 투자는 세계 수준이나, 노동생산성과 기업의 혁신역량은 OECD 국가들 중 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혁신 기업 수나 혁신 기업의 고용에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기술 미스 매칭(skill mismatching), 고급 기능 인력 부족 속에서 혁신 자원이 주로 제조업과 대기업에 편재되면서 중소기업과 제조업 외 업종들의 혁신 역량이 취약해지는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산업 전반의 혁신 역량을 제고하되, 특히 기업 규모별, 산업·지역별 혁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급 기능 인력들을 충분히 양성하여 중소기업과 지방에까지 인력 공급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력 부족 상황을 감안한다면, 국제 공동 연구 포함 외국의 고급 기능 인력 활용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기업 단위에서는 혁신 기업별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에서 1차 검증(PoC)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역 내 혁신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면서 “한국무역협회는 지역 내 효율적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한 기업별 성공 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세미나, 컨설팅 등을 통하여 확산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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