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점유율 0.1%p 하락시, 14만개 일자리가 사라져
한국號, 세계수출서 3%미만 추락, 5년간 50만명 실직
규제간소화 -수출여건개선 등 수출 상승 모멘텀 마련해야

​한국무역협회 주최 ‘수출 확대를 위한 대구·경북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주최 ‘수출 확대를 위한 대구·경북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무역협회 제공)​

한국號 수출이 6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이에 따른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쌓이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수출규제 개선이 더뎌지면 수출 확대 어려워 진다”는 진단이다.

또 세계교역의 수출점유율서 우리나라가 0.1% 하락시 무려 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50만명이 실직했을 것이란 추정치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본산인 한국무역협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어떻게든 수출하락과 무역적자 기조를 하루빨리 개선키 위한 것이다. 그 열쇠를 찾기위해 전국 수출지역을 누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는 10일 경북 경산시 소재 일지테크 본사 회의실에서 정만기 무협부회장 주재로 ‘수출 확대를 위한 대구·경북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수출 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와 규제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 나성화 부단장, 일지테크 구준모 대표이사를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수출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우리의 3월 말 기준 수출은 1,51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하락했다”면서 “19% 감소한 대만에 이어 우리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월까지 무역적자는 242억 달러로 전체 무역규모 대비 적자 비중은 6.9%로 과거 IMF 외환위기 직전인 7.4%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 위기는 외부요인에도 기인하지만 우리 내부요인도 문제”라면서 “예를 들어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까지는 10%~12%, 2018년 이후엔 20% 내외를 유지하다 올해에는 13.6%로 하락하는 등 감소세”라고 설명하며 “아직 2016년보다는 높은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엔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 수지가 현재는 적자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5년간 정책 요인으로 인해 우리의 전반적 수출 산업 기반이 약화된 것이 문제”라면서 “이제라도 과감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2010년대 이후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 밑으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고 2017년에는 3.23% 수준을 기록했으나 지난 5년간 지속 떨어지다가 최근엔 2.79%까지 하락했다”면서, “수출 점유율이 0.1%p 하락하면 약 1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효과를 감안하면 지난 5년간 약 5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 임금의 급상승, 주당 40시간 근로에 연장 12시간만 허용하는 경직성, 중대 재해 처벌법 제정이나 공정 거래법, 상법, 개별 산업법 등의 개정을 통한 규제·입법 폭증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대비 8.3배가량 높은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 속 지금 우리는 한 푼의 수출이 아쉬운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위해 작은 이슈는 작은 이슈대로 해결하되 큰 이슈도 지속 제기해 해결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많아 들어오는 기업보다 나가는 기업 8.3배 달해

貿協, 그 열쇠찾아 전국 누벼, 갖가지 애로사항 청취

대구경북서 "산단입주-수출품목제한-R&D 어려움" 발굴, 개선나서

간담회 후 자동차부품 수출기업 ㈜일지테크 둘러보는 정만기 무협부회장.(사진 왼쪽)
간담회 후 자동차부품 수출기업 ㈜일지테크 둘러보는 정만기 무협부회장.(사진 왼쪽)

 

참가 기업들은 수출여건 여건 개선과 관련하여 산업단지 입주 제한을 지적했다.

가공식품 수출 기업인 ㈜영풍 조재곤 대표이사는 “당사는 최근 5년간 수출이 4배 이상 급성장해 현재 4개로 분리 운영하고 있는 공장의 통합과 확장이 필요하다”면서 “공장 확장을 위한 새로운 입지를 물색하고 있으나 오염 문제로 인해 식료품 제조업은 입주 제한 업종으로 분류되어 산업단지 입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 공정 개발을 통해 식품 제조 시 폐수 등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만큼 산업단지 입주 시 업종 제한이 아닌 개별 기업의 현장 실사를 통해 입주 허용 여부를 심사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인 ㈜DCT 정한일 대표이사 역시 산업단지 입주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7년간 연구 개발을 통한 신소재 및 장비 출시에 힘입어 최근 증가한 주문 수요에 따라 공장 확장을 모색 중이나 환경 규제로 인해 입주 제한 업종으로 분류되어 현 입지의 확장과 인근 산업 단지로의 이전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현재 지자체 및 관리공단에서는 입주 허용 산업 코드 분류를 한국 표준 산업 분류상 중분류(2단위)로 검토하는 까닭에 동사의 제품이 소분류(5단위) 상 입주가 허용되는 ‘첨단업종’ 임에도 불구하고 승인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단지 입주허용 업종 분류 시 각 기업의 생산제품 특성을 명확히 반영하기 위해 코드 분류를 세밀화하고, 입주 제한 업종일지라도 친환경 공정, 유해성 검증, 폐수 처리, 폐기물 수거 등 생산 현장에 대한 실사를 통해 입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및 관리공단의 산업단지관리 기본계획은 한국표준산업분류 2단위에 해당하는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제조업, 식료품제조업 등을 수질오염, 대기오염 등의 사유로 입주 제한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략물자 수출 제한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자동차부품 수출기업 ㈜일지테크 구준모 대표이사는 “지난 2월 우리 정부의 대러 수출 제재 품목 확대 발표로 인해 현재 러시아 수출을 진행 중인 물량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우리 정부는 4월 중 시행 예정인 개정 고시를 통해 수출 제재 전 계약분에 대해 사안별 심사를 통해 상황 허가를 줄 것이라 발표했으나, 상황 허가 해당 물량이 많아 수출 승인까지 장시간 소요될 경우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이에 수출입 고시 개정안 시행 전 수출 신고가 완료된 물품에 대해서는 상황 허가 미적용을 통해 즉시 수출이 가능하게 하고, 기존 계약 건에 대한 신속한 상황 허가 부여를 통해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산업 특화 애로와 관련, 자동차부품 기업 ㈜신라공업의 최병선 대표이사는 “자동차 부품 업계는 친환경차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R&D 지원 사업은 연구 과제가 지자체를 기준으로 나뉘어 해당 지역 소재 기업이 아니면 지원 신청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지역주력산업육성 R&D 지원 사업에 해당지역 외의 기업에게도 참여를 허용해 국가적 기술개발과 산업 간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활제 수출기업 ㈜루브캠코리아 이승우 대표이사는 “특수 산업용 윤활유의 경우 수입 대체가 가능한 국내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및 양산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독일·미국·일본산 제품을 선호하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공공기관 발주 분야의 경우 국산 윤활유 제품 사용 의무화 또는 인센티브 제공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당사는 강화된 유해 물질 규제 대응을 위해 모든 제품에 대한 유해 물질 검사 시행으로 연간 약 1.5억을 고정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산업부·중기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에 유해 물질 검사 지원 항목이 제외되어 있는 만큼, 이를 포함시켜 기업 부담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과 관련, 자동차부품 업체 ㈜세명기업 오유인 회장은 “최근 수년간 물류비가 급등한 이후 국제 해상 운임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나, 미국 내 내륙 운송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여전히 높다”면서 “정부 및 지자체의 물류비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해 줄 것”을 건의했다.

참가기업들은 현지 진출과 관련하여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대기업의 미국 생산 시설 확대로 인해 협력 업체도 미국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수출 중소기업이 현지에 정착하기 위한 인력 수급, 비자, 법률 지원 관련 정부 및 유관기관의 종합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 합동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 나성화 부단장은 “대러 제재와 관련하여 전략 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 시행 전 수출 계약이 체결된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정부 담당 부처로 부터 확인했다” 면서 “향후에도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를 위해 적시에 정보를 제공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출 바우처 활용 범위 확대 등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후 정 부회장은 일지테크의 자동차 차체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현장 애로를 점검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수출액은 지난해 3월보다 13.5%가 줄어든 55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4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저조한 수출과 무역지표는 6개월 연속 수출감소와 13개월 지속 무역적자를 나타낸다. 

수출이 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고 13개월 연속의 무역적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이후 8년여 만이다.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