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 양성 없이는 한국의‘미래’없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딛고 빠른 성장을 이룬 비결에 대해 하버드대 동아시아 분야 석학인 에즈라 포겔 교수는 ‘우수한 엔지니어 층이 두터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각해 보건데 일본의 교육제도가 창의적인 천재를 배출하는 데는 구미에 비해 뒤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교육으로 각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제품을 대량 생산 하는 것에 일본은 탁월했다. 결국 우수한 엔지니어라는 튼튼한 허리가 일본 부흥의 주춧돌이 됐다는 얘기다.

21세기는 양질의 이공계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 향후의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작은 나라일수록 글로벌 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아일랜드, 핀란드 등이 적극적인 개방화와 산학협동의 심화를 통해 인적자원을 확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선진국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인재가 앞 다투어 모여들고 있는 미국조차도 고급두뇌 유치를 위해 비자규정을 수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미 해외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이중국적 허용, 해외대학과의 연계와 같은 다양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공계 고급 인력 양성이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고, 지원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양성해 낼 것인가 하는 방법론을 정립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쓸 만한 인재를 공급해달라고 아우성치는 기업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이 육성하는 인재에는 2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창의적 아이디어로 노벨상을 받을만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인재양성이다. 황우석, 김현탁 박사와 같은 연구를 하는, 대학 본연의 상아탑에서 길러낼 수 있는 인재상의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인재들은 국가 이미지까지 다르게 한다. 국가 이미지는 곧 국가 상품의 경쟁력과 연결이 되고 이는 마치 ‘한류’가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를 자아낸다.

반면에 기업이 실제적으로 바로 쓸 수 있는 실무형 인재도 또한 필요하다. 이는 기업과 대학이 함께 손을 잡는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주문식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최근에 재단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발적인 산학협력 보다는 정부의 지원에 의한 산학협력 형태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양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고급 인력의 양성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공계 인력의 양성과 확보가 국가 간 경제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된 만큼, 지금 이공계 고급인력의 양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이러한 토대위에서 우리 한국의 미래상을 그려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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