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뽀’式 통합… 결과는 부실, 시너지 효과 전무, 공적기능조정 선행돼야

   한국토지공사노동조합은 지난 7월 4일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자마자 바로 통합반대 철야농성에 돌입, 11월 16일 현재 135일째를 맞고 있다. 또 과천 정부종합청사와 기획예산처 청사, 국회의사당, 각 정당 등 주요 기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토공노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작업은 준비도 없었고 원칙도 없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 공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망과 계획을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와 함께 원칙에 맞는 절차에 따라 통합작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정부는 통합이라는 결론을 미리 도출해놓고 모든 논리와 상황을 여기에 억지로 꿰맞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승식 토공노조 부위원장은 '무대뽀'식 개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당위성이 없고 통합 후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실이 누적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 이번 통합작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통합 후에 거대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입니다. 먼저 양 공사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조원이나 돼 부동산 경기침체시 금융비용 과다로 인해 오히려 '빚의 시너지 효과'만 나타나 경영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사태까지 치닫지 않더라도 토공과 주공의 다른 조직문화로 인해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고 조직과 자산의 비대화로 경영효율이 저하되고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변화에 대응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원칙과 절차가 무시된 통합추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98년 대통령의 지시로 통합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때 건교부조차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 확충과 택지·산업단지 분양가격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통합을 반대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에 대한 논의나 준비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 갑자기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상부의 지시에 의한 졸속추진이며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된 밀실행정의 전형입니다.”

   - 토공과 주공의 업무상 중복영역이 많고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이라는 연계성이 있어 통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중복영역이라면 택지개발 부문인데 양 공사 모두 전체 업무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토공은 택지를 개발하면 주공에 일반분양분보다 70% 싸게 공급해 서민주택 공급에 일조해 왔습니다. 이는 전문화된 기술과 노하우로 공익성과 채산성을 맞춰온 것이며 이를 통해 산업단지 개발과 기반시설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토공은 택지개발과 산업단지개발 외에도 유통단지개발과 국유지관리, 보상수탁 등 국토관리에 대한 전문화된 업무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중복되고 연계된 업무가 있어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치명적인 오류가 될 수 있습니다.”

   - 주공노조 측에서는 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등 인력수요가 많아지는 올해가 인력 구조조정 없이 통합할 수 있는 적기라며 통합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토공과 주공은 인력구조와 전문분야가 전혀 달라 한 쪽에서 인력이 모자란다고 다른 쪽에서 끌어올 수 없습니다. 토공은 토지관리와 개발분야의 인력이 주를 이루고 있고 기술자들도 대부분 토목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며 주공은 대부분 건축분야의 기술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물론 아파트를 짓는데도 기반공사 등에 토목기술자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 역할뿐이고 건축기술자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2003년까지 임대주택 20만호를 짓기 위해서는 양 공사에서 현재의 역할과 기능 위에서 서로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특히 토공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기반시설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내년 1월에 통합이 이뤄진다면 통합 후 어수선함, 조직간 갈등·반목은 물론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치달을 수 있어 정책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서민들의 주택난만 가중될 것입니다.”

   - 정부의 공기업 개혁정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시행돼 온 공기업 경영혁신과 구조조정, 민영화 등 전체적인 정책방향은 우리 노조에서도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토공에서도 인력의 30%를 감원했고 국가경제라는 대의를 생각해 순순히 응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회사의 퇴직 위로금 대신 남아있는 직원들이 스스로 1,000만원씩 내 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을 전했고 그 이후 경영혁신과 효율화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99년 10위였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지난해 5위, 올해는 2위를 얻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공적기능 위주로 그 기능을 재편하고 전문화하는 한편, 민간영역과 중복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민영화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또 지금까지 전체적인 방향은 옳았지만 농업기반공사와 은행권, 하이닉스반도체 등 통합정책은 조직간의 불화와 누적부채 등으로 인해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되며 토공·주공의 통합도 새로운 부실을 탄생시킬 우려가 크므로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 그래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합법안이 상정될 예정입니다. 향후 전망과 또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방안입니까.
   “조합차원에서 통합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 당위성이 부족하고 문제점이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국회의원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 통합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법안이 통과되고 통합이 강행된다면 지난 7월 새 집행부를 꾸릴 때 조합원과 약속했던 위원장님과 저의 퇴사를 실천에 옮길 것입니다.
이처럼 배수의 진을 치고 투쟁에 임하는 만큼 통합은 반드시 저지될 것이며 또 법안통과와 함께 통합이 강행된다면 가능한 모든 투쟁을 통해 원상복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합원과 회사는 물론 국민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최회근 기자(hkchoi@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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