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삭감 주택경기침체, 존립기반 위협업체난립에다 덤핑 수주로 갈수록 험난


‘휴대폰 컴퍼니’가 중소건설업체를 말아먹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나 휴대폰 제조업체 이야기가 아니라 공사낙찰방식을 악용해 사업을 따낸 뒤 바로 다른 업체에 넘겨 이익을 챙기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 또는 ‘휴대폰 컴퍼니’는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 덤핑으로 공사를 수주하기 때문에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며 건설업 전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공사물량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건설업체들은 이러한 저가의 물량이라도 공사를 수행하려고 이들 ‘휴대폰 컴퍼니’로부터 하도급을 받아야 하고 이것은 공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98년 정부가 건설업 등록요건을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부실건설업체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건설업체수는 97년을 기준으로 올 7월 현재 34%나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 수주실적은 29조9천억원으로 IMF사태 직전인 97년 상반기 39조4천억원의 70%에 불과하다.
중소규모의 건설공사가 이처럼 ‘페이퍼 컴퍼니’ 또는 ‘휴대폰 컴퍼니’에 의해 시장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있다면 보다 큰 규모의 공사는 자금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의 덤핑수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한건설협회와 건설단체총연합회 등 관련단체에서 공사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자는 ‘제값받기’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자금난에 허덕이는 업체들의 호응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정부는 SOC 예산확충 등 건설업계의 지원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기획예산처에서 8월초에 잡은 2001년도 1차 예산안에서 SOC 예산을 올해보다 3조원 정도 삭감한 11조원에서 올해 수준으로 올려 주었지만 업계에서는 18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업 전체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택경기의 침체도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주택분양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99년말 주택보급률은 93.3%가 넘어 주택수요가 현저하게 줄었고 현재 미분양주택도 6만가구를 넘고 있다. 특히 주택보급률이 높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분양주택 수요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수요가 있는 수도권의 경우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21세기 국토이용방안’은 준농림지에 대한 용적률 제한을 강화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성이 없어졌다고 분석하고 원활한 주택수급 등의 명분을 걸며 신도시 건설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90년부터 97년까지 연평균 63만 가구 정도를 공급했지만 IMF 시기인 98년에는 30만가구, 99년에는 40만가구에 그쳤기 때문에 집값 불안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신도시 건설을 통해 향후 몇 년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건설업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구조조정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주택수요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80년대 말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다소의 집값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걷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업계 스스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적격업체를 정화하여 건설업체의 난립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자체적으로 정화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건설업체들이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고 있지만 발등에 불은 너무 시급하기만 하다.
이처럼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에 대해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흥정책을 추진할 때이다. 더 이상 미루면 건설산업의 회생은 아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건설산업의 연착륙과 구조조정이 별개의 문제가 아닌 함께 추진해야 할 사안이며 얼마전 발표된 이행증권보증제도 등을 통해 건실한 건설업 환경을 이뤄나가야 한다. 현재 건설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서민들이 많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건설수요를 창출하고 민간건설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주택금융기법을 개발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회사라도 기술력이 있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개발하면 금융기관도 참여하는 선진국 형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도 고려해볼 만 하다. 최회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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