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커다란 외부 변수 두 가지를 꼽으라면 엔화강세와 국제유가의 급등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엔화강세는 호재로, 국제유가의 급등은 악재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분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엔화강세가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우리 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전적으로 수입해서 쓰는 기계류, 부품 등의 수입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국제 유가의 급등도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나라에게는 물론 치명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시키고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엔고나 유가 폭등의 영향이 반드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즉 엔화강세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유가폭등으로 인한 상황에 최대한 대응할 때 우리 산업과 경제는 더욱 튼튼해 진다는 얘기다.<편집자주>


日시장 진출 ‘절호의 기회’
반도체 산업 등 활황 주도
수출 목표액 200弗상회 전망

엔화 강세의 원인
엔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일본이 대규모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주식시장의 해외 자본유입이 급증한데 있다. 또 지난 수년간 저금리와 엔저 장기화에 대한 전망을 기초로 엔화차입을 통해 신흥시장에 투자해 온 헤지펀드들의 투기적 요인까지 가세한 것과 일본 정부의 독자적인 시장개입이 한계에 부딪힌 것도 한 원인이다.
엔화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경제의 회복이 지속되고 미국경제가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그러나 일본경제는 아직도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실업률도 전후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어 회복정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과도한 엔화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단기자본의 움직임 여하에 따라 단기적으로 절상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단 절상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일본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의 공조개입도 경우에 따라서 가능하다. 일본정부는 9월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G7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미일공조개입 등 엔고저지를 요청할 계획이며 일본 구로다 대장성 국제 금융담당 차관은 이같은 목적을 갖고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엔고, 진단과 대책
사실 엔고 현상이 지금 당장은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 등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지만 그 결과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엔고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내부 개혁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구조개혁의 고통없이도 물건이 잘 팔리고 수출증가와 함께 달러가 들어 온다면 결과적으로 엔화 강세가 개혁의 필요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전적으로 기우일 수 도 있다. 왜냐하면 엔고 현상과 국내 경제 산업구조의 개혁은 직접적으로는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부정적 심리적 요인을 염려한 평가일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치상으로 엔고가 무역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산업연구원 및 무역헙회가 분석한 결과, 엔대 달러환율이 10%절상될 경우 연간 수출은 1.2%∼1.6%, 수입은 약 0.6%∼0.9%정도 증가하여 무역수지가 8∼15억달러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출은 엔화가 10% 절상될때 연간 16∼21억달러 증가한다고 전망한다. 대일 수출증가품목은 일본시장 점유율이 높은 철강, 석유화학, 섬유류 등이다.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동차의 수출도 크게 기대된다.
수입은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기계류, 부품 등으로 엔화 10%절상시 연간 6∼8억달러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엔화의 절상효과가 연간 16∼21억달러인 것을 생각해보면 엔고가 전반적으로 무역수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올해의 반도체 수출예상액을 200억달러 정도로 상향조정될 만큼 엔고로 인한 국내 반도체 업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 따라서 엔고를 무역수지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출증대 노력에 보다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본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라는 얘기다.
대일 진출 전략품목으로 실버상품, 전력기자재, 건설자재 등이며 국내 기업들은 일본내 국제 전문전시회 참가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의 시장을 공략하도록 해야한다. 또한 일본과 우리가 경쟁하고 있는 제 3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10월말 ‘합동투자유치사절단 파견’ 등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일한 기자〉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