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해외유출' 완전 차단벽 설치한다
주요 핵심인력 관리도 철저히 보호막 설치키로
국가핵심기술에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기술 추가
핵심인력 출입국 관리·퇴직인력 국내 재취업 지원
사이버보안 관제시스템 구축·범부처 기술안보 협조
업계 "기본권 침해 소지 우려, 인센·보호 지원 당부"

우리나라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산공정.
우리나라 전략산업인 반도체 생산공정.

 

지구촌 기술패권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국가 전략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완전히 차단하고 인력 빼돌리기도 철저히 봉쇄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 12월 23일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주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선제적인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핵심기술을 관리하는 인력 유출도 막기 위해 해외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출입국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下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의 목표는 '핵심기술 보호와 인력 선순환을 통해 산업 및 국가 경쟁력 강화'다. 이를 위해 ▲핵심 기술 선제적 보호 시스템 구축 ▲핵심인력 유출방지 및 국내 선순환 구조확립 ▲중소기업 기술보호·기술거래 역량 강화 ▲사이버 기술유출 방지 ▲범부처 협력 및 국제 기술통상 공조 강화 등 5개 세부 전략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술패권주의 심화…보호장치는 미흡

이번 전략은 세계적으로 첨단산업을 놓고 기술패권주의가 심화하고, 동맹국 간 공급망·기술 협력이 확대하는 가운데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기술 후발국은 신속한 시장진입, 개발리스크 완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사이버 해킹 등으로 기술탈취를 시도하고 있다. 해외 취업과 외국인 유입 등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 업종의 기술 경쟁력이 높은 한국은 핵심기술과 인력 유출의 주요 타겟이 됐다.

현재 한국은 국가 차원의 보호가 필요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 방산기술, 연구개발(R&D) 과제 등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검찰청, 경찰청, 특허청은 기술 유출 및 침해행위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이처럼 부처별로 기술보호대상을 차별화해 관리 중이지만, 다양한 기술 유출 유형에 대응할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M&A에 정부심사의 사각지대가 있다거나, 방산업체의 사이버 대응체계 구축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인력 유출도 빈번하지만 정부의 이직관리 지원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는 분석도 많았다. 무엇보다 장기 재직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외국 기업에서는 공격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등 해외취업 유인이 많은 상황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확대…핵심인력 출입국 모니터링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범부처가 마련한 보호전략을 보면, 우선 핵심기술을 선제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뒀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부장 등의 주요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추가한다. 국가핵심기술은 지정 해제 절차(기술일몰제)를 마련하고, 국방기술은 등급을 세분화하고 기술 진부화에 따른 등급 일몰제를 적용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등록 의무화로 수출·해외 M&A 통제, 보호조치 이행 등의 제도 실효성도 확보한다. 보안과제 확대, 보안우수기관 R&D 선정평가 시 우대 등 국가 R&D 보안 관리도 강화한다.

특히 핵심인력 유출 방지에도 적극 나선다.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인력 DB를 구축해 이직 및 출입국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우선 업계의 요청 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추후 법제화로 단계적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핵심인력 DB 모니터링만으로도 진일보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부분 기업에서 출입국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국방과학연구소 핵심 연구인력의 퇴직 후 해외 취업 시 사전 승인, 외국인 접촉 시 신고 의무 부여 및 보상체계도 갖춘다. 협력사 핵심인력에 대해 인센티브 지급 및 퇴직인력 국내 재취업 지원사업도 확대한다.

국내 유입 외국인에 의한 전략기술·첨단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2022년에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관련 대책도 중장기적으로 도입한다. 중소기업의 기술보호·기술거래 역량도 강화한다. 기술침해 피해기업의 회복을 지원하는 등 선별적·맞춤형 지원 체계를 만든다. 기술 분야별 맞춤형 보안설비 구축, 인증제 도입, 사법기관 연계를 통한 기술탈취 대기업 처벌강화 등에도 나선다.

이 밖에 사이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핵심기업을 대상으로 공공분야 적용 수준의 사이버보안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위협정보를 사전에 공유한다. 방산업체 대상으로 취약점 진단사업 확대, 매칭펀드 형식의 기술보호체계 구축도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사이버보안 컨설팅도 진행한다. 조사·수사단계에서 부처 간 공조도 강화하고, 범부처 기술안보 협조체계 등도 마련한다.


◆업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은 우려…규제보다 지원 당부"

한편 정부는 현장과 소통을 이어가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직업선택, 학문의 자유 등 쟁점을 논의하며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연구기관과 업종별 협단체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5회에 걸쳐 의견을 모았다.

민간에서는 국가핵심기술 취급자의 해외이직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인력 유출 모니터링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 협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강화된 인력 관리가 향후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했다. 또한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과 전문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보호 역량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소기업계는 기술보호 역량을 높이기 위한 인력·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지원사업을 요구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실태 조사, 기술 판정 등을 위한 지원기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계에서는 우수 인재가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명예 제고, 직무발명보상금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규제 보다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발표하기위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우리기술 보호전략을 발표하기위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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