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전기공사업界 틀 굳건히 하고 새영역 개척 나서
그러나 회비걷기-예산과 조직늘리기로 군살빼기 외면
가난한 회원들 부자협회에 곱지 않는 눈길 보내
회장-상무이사 단순 의사결정구조, 판단 흐릴 수 있어
오송사옥 건립시기와 지속문제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협회는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3인의 협회장후보가 모두 고민할 것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비로소 갈 길을 열어준다. 3인이 생각하는 현실진단은 제 각각이다. 갈 방향은 엇비슷하다. 전기공사분리발주와 기존영역을 확고히 해 먹거리를 지키고, 새영역 확보로 파이를 키우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 목표를 향해 가고자 하는 길은 다르다.

현회장인 3번 류재선후보는 오던 길에 더해 갈 길에 박차를 가하자. 도전자인 2번 김갑상후보는 온 길은 잘 왔지만 오면서 빠뜨린 일거리부터 챙기고 다시 가자. 1번 감영창후보는 방향은 같지만 아예 다른 길에 나서자.

한국전기공사협회는 매출 30조의 1만7천여 전기공사업체를 회원사로 둔 몇 손가락에 꼽히는 대표적 협단체다. 1960년 태동, 올해 60주년을 맞는다.

회원의 눈으로 본 협회는 어떨까. 때로는 영역을 지켜주는 파수꾼이고, 새영역을 개척해 주는 견인차다. 때로는 회원사의 입찰자격이 되는 전기공사실적을 평가-관리하는 감독자고, 입회비와 통상회비를 걷는 중세시대의 영주(領主)와 다름없다.

분명한 사실은 전기공사업체 견실화와 종사자의 안정화 그리고 업계 발전을 위해 끌고 밀어주는 것이 바로 협회의 존재 이유다.

현재 협회는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협회가 내놓은 자료들에 따르면 부단히 바빴다. 현 집행부 구성후 3년간 젖줄인 전기공사분리발주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이를 어긴 통합발주 규탄대회와 위반사례 적발 및 벌금형 선고 그리고 분리발주 예외조항 명확화까지 추진중이다.

또 국가계약입찰시 시공능력을 2배서 1배로 축소를 비롯 10억 미만 전기공사의 대기업 참여제한이 꼽힌다. 중소 전기공사업체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다.

고질적 현안인 인력부족난을 타개하기 위해 인력양성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오송사옥의 건립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 자금력을 가진 전기공사공제조합이 오송사옥을 장기적과제로 추진하자는 반면 협회는 가속도를 내, 2-3년 내 완공함으로써 연간 2만명의 인력을 조속히 양성해 내자는 생각이다. 궁여지책으로 협회 시도회 사옥을 조합에 팔고 그 대금으로 오송짓기에 돈을 대고 있다.

3년전 협회 예산이 250억 수준에서 현재 350억 수준까지 급격히 늘었는데도 자금부족으로 쩔쩔매는 것을 보면 무리한 사업추진이란 생각도 든다.

협회 예산은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을까. 회원간 보는 각도가 틀리다. 회장후보간에도 여실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현회장인 류재선후보는 업계 백년대계를 위해 오송사옥은 돈을 끌어서라도 꼭 완공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도전자인 감영창후보는 협회가 불요불급한 행사에 돈을 물쓰듯 해 바로잡아야 하고, 오송사옥도 장기과제로 벽돌 한장 한장 쌓아가자는 반론이다.

류재선후보는 3년전 협회 씀씀이를 줄이고 군살빼기에 나섰다. 초창기 취임식을 협회 제57주년 기념식과 함께 등촌동 사옥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엊그제 같다. 그런데 협회가 슬림화되고 씀씀이를 절약한다는 모양새는 지금 온데 간데 없다.

말이 나왔으니 류재선후보가 1차 임기중 공약을 잘 지켰는 지 살펴보자.

그는 ▷분리발주 수호 ▷원로자문위와 비상근부회장제 도입-상근감사 부할 ▷기술과 경영지원-기술인력양성-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미래성장동력 발굴▷전기신문과 전기산업연구원의 독립 등을 공약했다. 인터뷰서 당시 상대후보인 장철호회장에 대해 3년전 차기에는 류재선후보를 돕겠다는 약속을 저 버리고 회원에 대한 태도와 섬기는 자세에 문제가 있어 신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3년간 전기공사업界를 지키고 파이를 키우는 울타리 튼튼히-넓히기에서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기존의 상근부회장 자리를 3년동안 채우지 않고(중간 2개월여 산업부 김경수 前국장 근무) 비상근부회장도, 일상감사를 약속한 상근감사도 두지 않았다. 전기신문과 전기산업연구원은 여전히 호위무사일 뿐이다.

통상적으로 협단체는 비상근회장-상근부회장-상근감사-전무나 상무이사 등 4단계를 거쳐 일상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데 협회는 회장과 상무이사가 모든 일을 결정하는 단순구조로 개편했다. 빠른 의사결정은 가능할지 모르나 일의 적합성과 합리성 검토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 협회운영에 독선 아닌 독선이 깔릴 수 밖에 없다.

3년전 상무이사 선임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협회는 회원들 실적관리가 중추업무다. 그런데 고질적병폐인 실적부풀리기가 만연해 곤욕을 치렀고 20개 시도회장과 사무국장이 처리했던 실적을 다시 보고 바로 잡기에 나섰다. 대구지회 회장 실적부풀리기가 적발됐고 사무국장 컴퓨터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사무국장이 현 상무이사다. 그때 조사는 ‘사무국장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무직원이 몰래 도용해 이뤄진 불법으로 사무직원에게는 사표를, 사무국장에게는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경징계’로 결론 났다. 과연 누가 실적부풀리기를 주도했느냐는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이 같은 의혹의 눈길에도 현 회장은 현 상무이사를 선임했고 실적관리의 중요성을 들어 반대한 상당수 회원들은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 회장이 연임되면 현 상무이사를 산하 재해예방기술원에서 올 1월 별도 주식회사로 독립시킨 전기안전기술원 대표이사로 앉힐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협회는 지난 3년간 전기공사업界 틀을 굳건히 하고 그 영역넓히기에 골몰한 흔적이 상당하다. 그러나 군살빼기에 실패했다. 회비걷기와 예산-조직늘리기에 나서,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상당수 회원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협회가 회원사의 눈에 거대한 공룡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

이호경국장

저작권자 © 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