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부채줄이기는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루어지게 됐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기관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공기업 부채비율을 현재 244.6%에서 210.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가스-수도-도로-철도요금을 4년간 약 13-24% 가량 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자구 노력도 포함돼 있다.

한전은 한전산업개발과 LG유플러스, KEPCO E&C, 한전KPS 등 출자지분과 본사 부지 매각을, 수자원공사는 항만시설관리권을 1조 3천억에 매각하고 경인아라뱃길 물류단지 분양으로 1조2천억을 확보한다. 철도공사는 민자역사 지분 및 용산병원 매각 그리고 공항철도 매각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빚 줄이기의 대부분은 요금 인상을 통해 이룰 방침이다. 이 경우 국민들의 실 생활에 필요한 공공요금을 올려 결국 국민 부담으로 공기업 부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그동안 공공요금 현실화를 빨리 진행하되 공기업의 경상비와 인건비 줄이기 등 자구 노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정부가 박근혜정부 들어서 그 심각성을 인식해 공기업 부채줄이기에 나서고 결국 방만한 운영과 이자 부담으로 설상 가상 커진 부채를 뒤늦게 줄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어찌보면 만시지탄이 있으나 공기업 부채는 어떻게 하던지 줄여나가야 한다. 지금 손 쓰지 않으면 그 부채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으로 원가보상률을 보면 전기 87.4%-가스 87.2%-도로 81.7%-철도 76.2%-수도 81.5%로 알려져 있다. 100%에 미달하는 만큼 인상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은 철도공사가 445% 그 뒤를 이어 가스공사 388%, 한전 148%, 수자원공사 126%, 도로공사 95%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동안 인상요인이 있었던 요금을 물가 안정이란 미명아래 무리하게 묶어 그 부실 규모를 키운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기요금이다. 한전이 매년 3-4조원씩 적자를 내면서도 요금 인상을 억제해 와 한전 부채중 8-9조원이 최근 몇 년사이에 불었다. 특히 원가회수률에 턱없이 부족한 싼 전기요금을 대기업들에게 쏟아 부어 그 부실을 키웠다. 우리나라 전기의 53%가 산업용이고 원가의 88% 수준이다.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주택용은 30% 정도이지만 원가의 102% 내외다. 결국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대기업들 생산과 수출단가 낮추기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금명간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고 산업용 요금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 다시말해 인상한다니 빨리 이를 추진키 바란다.

또 수자원공사의 경우 전 정부의 무리한 4대강 사업 추진등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도 역시 그 수혜는 건설 대기업을 비롯한 재벌들에게 일간을 몰아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감사원에서 제기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경우 우리나라가 LNG 수입 2위이고 단일 공입처로 가스공사가 세계시장서 제일 큰 손인데도 불구 국내 도입물량의 95%를 독점하면서도 톤당 SK E&C가 39만원에 사온 가격의 2.5배에 가까운 92만원에 사온 실적이 국회에서 도마에 오르는 등 전혀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그만큼 도시가스 가격을 놀게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공히 임직원들의 인건비와 성과급을 과도하게 집행하고 퇴직시 300만원 상당의 순금영쇠나 상품권 지급 그리고 무상 학자금 지원 등 방만한 운영을 해 온 것으로 들어났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매번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고도 이를 고치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일이다.

공기업들은 말 그대로 당장 뼈를 깍는 자구 노력에 나서고 이후 요금 조정등을 통해 본격적인 부채줄이기를 실현해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시키는 대로 어떤 일에 어느 분야에 투자하라고 하면 거수기처럼 '예스 맨'이 되면 안된다. 그 공기업의 사업 목적에 적합한지부터 다지고 타당성과 수익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공기업의 4분의 1 정도는 사장이 공백상태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6개월 이상 공석이 지속되고 도로공사의 경우 최근 임원추천위에서 4명의 사장 후보를 추천했으나 기재부의 공공기관운용위서 모두 자격 미달로 통보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사장 선임을 미루고 고르고만 있을 것인가. 빨리 현 정부가 제시한 국정철학을 공유한 전문성 인사를 선임해라. 말 없이 있다가 퇴짜만 놓지 말고 원하는 사람을 공모에 참여시키던지 아니면 다소 부족하더라도 선임해 공기업 정상화의 주춧돌을 놓기 바란다. 과거 임면제보다 못한 사람들이 공모제를 통해 낙하산 아닌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공기업 정상화와 부채줄이기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이호경국장 / lhk@sanupnews.com
* 신문게재 일자 : 2013-10-25
* 기사입력 시간 : 2013-10-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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