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근절, 안전성 대폭강화, 지속적 혁신

순혈주의 타파 위해 올해 본사 1급 50% 교체할 계획
Exelon, WANO, IAEA 등 외국기업 안전사례 벤치마킹

“1972년 고리 1호기 착공부터 시작된 국내 원전산업은 격동의 시절을 보내며 영욕을 경험해왔다.
가난했던 시절, 잘 살아보자는 여망과 에너지 자립의 원대한 꿈을 안고 건설했던 원자력발전소는 꿈과 희망의 집결체였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 원자력발전소라는 대용량 발전원을 우리 땅에 건설했다. 어렵사리 차관을 들여와 건설했던 우리 원전 속에는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밤새워 일했던 여공들의 꿈, 베트남 용사들의 피와 땀, 그리고 어깨너머로 원전 기술을 배우던 불굴의 의지가 담겨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은 오늘날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 되었다.
저는 하루빨리 신뢰를 되찾고 여러분의 자존심을 다시 찾아 드리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런 뜻에서 올해를‘Pride, again!', 잃어버린 자부심을 되찾는 해로 여러분과 더불어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당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뼛속까지 혁신해야 하겠다.“
(조 석 한수원 사장 신년사 중에서)

원자력 및 전력산업 전문통인 조 석 전 지경부차관을 수장으로 재출발을 다짐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연말 발표한 3대 경영혁신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건설 능력은 지구상 그 어떤 회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튼 회사인 한수원이 올해를 비리 없는 안전한 원전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난 2012년 이후 각종 사고와 부품비리가 터져나오며 사장 교체와 혁신안 발표를 했지만 그사이 여전히 비리시고가 터지면서 혁신대책은 물거품이 되었다. 결국 지경부 출신 전영택 경영혁신실장을 전력거래소에서 스카웃하며 혁신의 밑그림을 그린 한수원은 조 사장 부임 이후 강도 높은 혁신안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

한수원이 이번에 발표한 혁신안은 한수원을 밑바탕부터 전면 혁신함과 동시에 한수원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에 주안점이 맞춰졌다. 가능한 조직을 흔들지 않는 상태에서 가장 조 석 한수원 사장은 제2의 창사를 통해 ‘새로운 시작, 신뢰받는 한수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3대 혁신의 성공적인 수행 ▶국민과 함께하는 원전시대 개막 ▶최첨단 과학기술력의 상징인 원전이 사람과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한해를 올해의 3대 가치로 삼았다.

한수원의 3대 경영혁신 주요내용을 살펴본다.

조직 혁신

비리근절 원전비리의 중장기적 근본원인 해소를 위해서는 건전한 Supply-Chain 형성?관리가 필수적인 만큼, 구매사업단의 전문성 및 기능 강화를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구매사업단 내에 부품 원가조사 및 협력사 관리기능을 신설, 발전, 건설계약업무를 통합한다.

아울러 경영활동에 대한 견제, 감시부서인 품질보증실 및 감사실 기능을 확대하고 한수원 내 위상을 강화(품질안전본부 등)한다.

안전강화를 위해 고장정지 근본대책 수립 등 원전설비 안전관리역량 강화를 위해 본사에 ‘엔지니어링’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원전 지역본부별 엔지니어링센터를 통해 원전 기술역량 집적체계를 운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전 설비관리, 정비인력을 최대한 확충하는 등 발전소 현장 중심의 인력 운용을 확대하고 경영진의 원전본부별 담당제를 통해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본사인력의 22%인 272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신규인력 219명을 현장배치할 예정이다.

중장기 혁신과 전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해 경영혁신 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하여 전사적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재무구조개선팀 신설 및 전사적 투자심의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과투자 문제를 해소하고 경비절감 등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한다.

각 원전본부에 원전 운영정보 제공, 홍보, 지역협력 등의 업무를 총괄수행하는 대외협력처를 신설하여 국민,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

또한 원전 사후관리조직을 대폭 보강하여 향후의 원전 운영허가기간 만료에 대비한 종합적인 대응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방침이다.

한수원,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전 공기업과 두산중공업 등 주요 민간업체로 원전운영협의회를 구성하여 원전 설계단계부터 건설, 운영, 정비의 전단계에 걸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업체제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인사 혁신

비리근절을 위해 한수원 폐쇄성의 근본원인인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간부직 외부인재 영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올해 본사 1급 중 50%를 교체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승격인사제도 개선에 이어 주요 인사정책(전보, 승진)의 기준 등을 사규화하는 등 인사 투명성을 제고한다.

안전강화를 위해서는 원전 설비관리 역량 확충을 위해 기존 원자력직군(전직원의 75%)을 기계, 전기, 계측 등으로 세분화 한 직렬제도를 신설, 향후 전문 보직경로화를 통해 한수원 스스로의 원전관리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성에 직결되는 전문직위(핵연료관리, 원자로정비 등)에 대해서는 특별 관리한다.

또한 역량중심의 신규채용, 우수한 외부 경력직원의 채용 추진 등 ‘다채널 인력수급계획’을 수립 ?추진키로 했다.

혁신역량 강화와 관련, 한수원은 국제적 수준의 교육훈련프로그램을 도입, 한수원 인력의 중장기적 발전역량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분석→설계→개발→시행→평가의 5단계 절차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최적화기법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입, 직무별·직급별로 표준화된 교육훈련 로드맵을 수립중에 있다.

아울러 직군중심의 인력운영에서 탈피하여 직무능력 중심의 직군간 교차보직제도를 신설, 부서간 장벽을 제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수원은 본사 사무실 부서별 칸막이를 트이도록 해 소통을 원활토록 구조변경했다.

문화 혁신

비리근절을 위해 외부전문가 자문을 통해 안전, 청렴 중심의 기업 핵심가치를 재정립하고 채용~교육훈련~보직관리 등 경영전반의 기본원칙에 적용키로 했다.

전직원 스스로 선정한 10대 불건전관행의 개선방안을 지난해 11월부터 추진하고 주기적으로 발전소 현장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10대 불건전관행은 협력사 유착관계, 불편?부당한 업무지시, 업무관련 사적이득 편취 등이 포홤된다.

특히 국내외 안전문화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안전문화 증진계획’을 올초 수립, 시행하여 발전소 안전관리를 질적으로 대폭 제고할 방침이다.

대상기관은 Exelon사, WANO, IAEA, INPO, EPRI사 등 외국기업과 POSCO 등 국내기업에 적용된다. 내용은 안전문화 구현체제, 의사결정 절차개선, 안전보상제 등 동기부여 제도등이다.

아울러 원전본부별로 현장에 종사하는 협력회사와 공동으로 안전문화 협업체제를 구축하여 원전의 안전한 운영기반을 강화한다.

연이은 원전비리로 인한 직원 사기저하를 감안, 전직원 의식개혁(주인의식, 사명감 등)을 위해 혁신토론회 등 교육훈련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한수원 문화Station’ 설치, ‘국민 안심 가로등 프로젝트’와 같은 국민생활 밀착형 홍보와 대국민 쌍방향 소통으로 국민신뢰 회복의 토대를 마련키로 했다.
* 이만섭기자 / sulpi0107@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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