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따라잡기인가, 아니면 독일 열풍인가.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최근 불고 있는 독일 배우기는 뭘 뜻할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산업경제계가 독일을 벤치마킹 제1호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닮은 점도 많고 차이도 많다.

굳이 비슷한 점을 꼽으라면 첫째 근면과 창의성에 기반한 국민성일 것이다. 또 제조강국과 산업강국으로 나아가는 국가경제모델이다. 물론 세계 순위에서 아직 차이가 있지만. 인구도 비슷하다. 남북한을 합칠경우 우리가 7800만 정도인데 비해 독일은 8200만이다. 동-서독 냉전을 극복한 통일 독일이 20년을 넘고 있지만 우리는 앞으로 통일로 가는 길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다만 냉전체제를 겪었거나 겪고있는 이데올르기 대립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점은 뭘까.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세계 2차대전후 같은 분단 국가로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미-소-일-독일로 이어지는 경제대국을 이뤘다. 우리나라도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에서 세계 경제순위 12-14위 수준까지 1990년대에 도달했다. 그러나 독일은 90년대 초 통독을 이루며 다소 경제침체기에 빠졌지만 곧바로 슈뢰더총리가 '어젠다2010'을 통해 미-중-독의 세계 경제3강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EU통합이란 선물이 물건 잘만드는 독일의 상품과 제품이 유럽 전역에서 비교우위를 자랑하며 시장을 넓혀간 덕분이 톡톡했다.

우리는 어떨까. 부단히 노력해 오고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인 IMF를 겪으며 그 전 세계 경제순위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지금껏 1-2단계 상승했을까. 아직 10위권 언저리 아니 여러수치로 볼 때 아직 밖에 있다.

독일은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우리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새정부가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하나 더 다른점은 독일은 전후 8명의 지도자가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지만 우리는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부패와 비리 혐의에 매번 몰려왔다는 점이다. 정치가 경제에 순기능도 했지만 역기능으로 작용한 적이 더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구체적으로 뭘 배우려 하는 걸까.

진정한 제조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대-중소기업의 균형 성장을 통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이로써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경제허리를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왠만한 지구촌 경제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대기업 성장에 의존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제조강국-수출강국으로 면모는 같지만 속을 보면 우리와 독일은 다르다.

중소기업이 99% 이상으로 양국이 같지만 고용률은 우리의 중소기업이 88%로 독일 중소기업의 71%보다 높다. 당연히 국가 살림에 대한 기여도도 우리가 높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국가 재정기여도는 우리는 극히 미약한 10%에 머물지만 독일은 반이 넘는 55%의 세금을 중소기업이 내고 있다. 중소기업 기여도가 대기업보다 높은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왜 일까. 독일은 소위 말하는 히든참피언 중소기업이 1350개나 된다. 히든참피언은 세계 1위의 기술력과 3위내의 매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두자리수나 될까. 독일 히든참피언 기업 1500개중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수출 업체수에서 98%, 수출액의 22%, 민간 고용의 80%를 각각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강소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 규모는 넘었지만 대기업에 속하지 않는 중견기업을 국가경제 허리로 키우자는 전략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졸업하면 수백개의 규제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피터팬신드롬에서 벗어나도록 중견기업 규제를 대폭 완하하는 것을 비롯 중견기업 수를 1422개에서 4000개로 늘리기, 정부 지원 R&D의 중소기업 지원을 30%에서 50%로 높이기, 손톱 밑 가시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전속계약 벗어나기, 글로벌 전문기업중 1억 달러 이상 수출기업을 현재 116개에서 300-400개로 늘리기 등등.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중소기업의 혜택이 주어지는 육성책을 새정부가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작 독일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지원책이 있다기 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이를 사업화하는 창업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잘 갖춰져 있다고.

독일은 창업을 원할 경우 대학의 연구시설이나 국가 전체에 분포된 연구소의 시설들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학연 연계시스템이 앞서고 창업이 쉽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창업비용과 시간에 있어 미-일-독일 보다 우리나라가 3-10배 더 소요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독일은 어떻게 보면 멀지만 가까운 나라다. 통일을 염두에 둔 우리는 독일에 대한 관심을 언제나 잊지 않았고 우리나라 인력 수출을 통한 외화벌기가 광부와 간호사의 서독 진출로 그 물꼬를 텄다. 현재 진행중인 진정한 제조강국 실현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독일서 찾는 노력이 계속된다.

전후 잿더미에서 우리나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될 무렵 서독에 진출한 우리의 광부와 간호사의 근면함에 게으름이 없는 나라 서독이 놀랐다.

부지란함과 차의성에서 결코 우리가 독일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 않는다. 배우려면 드러나지 않는 독일의 견고함과 든든함을 찾아 내 더 배우자.

중소기업서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정사다리를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이란 인큐베이타 안에서 성장 주사를 놓기보다는 외풍이 불더라도 잡초처럼 생명력이 있는 뿌리를 길러주자.

지금 당장 독일서 진정 배울것은 그 풍향을 알 수 없지만 세 찬 자유의 바람이 부는 시장경제주의와 잘 갖춰진 창업시스템이 아닐까.
* 이호경국장 / lhk@sanupnews.com
* 신문게재 일자 : 2013-04-24
* 기사입력 시간 : 2013-04-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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