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전기의 날을 맞아 모처럼 주요 전기인들이 한전에 모였다. 그동안 전기계에 공헌한 전기인을 포상하고 전기계 역사를 돌아보는 한편 앞날을 기약했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온지 126년이 됐다. 우리나라 전기 역사는 1887년 3월 왕실 전용으로 현 경복궁인 당시 건청군 향원정에 전등을 밝히면서부터다. 에디슨이 1879년 전기를 발명한지 8년 만의 일이다.

이후 12년후인 1898년 왕실기업으로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되고 서대문-홍릉간 6마일 궤도 부설과 함께 전선로가 가설돼 전차가 다니게 됐다. 홍릉에는 민비의 침릉이 있었다. 같은 해 현재의 동대문 종합시장 자리에 75KW 용량의 발전소가 건설된다.

이듬해인 1900년 4월9일부터는 그동안 낮에만 운행하던 전차가 밤 10시까지 운행되며 문명의 이기인 전기의 혜택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 다음날인 4월 10일 종로 전차 정류장과 매표소의 점등을 위해 가로등 3개가 설치 돼 우리나라 민간 점등의 효시가 된다.

전기의 날은 이날을 1966년부터 기념해 오다 1070년 정부가 기념일로 정식 제정-공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설비가 8000만KW를 넘어 세계 10대 전력대국이며 5대 원자력대국이다.

정전시간과 송배전 손실률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은 전기품질을 자랑한다. 이에 발 맞춰 세계 43개국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발전사업을 비롯 2009년에는 4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원전수출 프로젝트 수주 등 전력산업과 발전플랜트산업이 새로운 국가적 신성장동력으로 떠 오르고 있다.

몇해전 지구촌의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돼 녹색산업의 견인차도 전기계가 맡게 됐다.

그러나 2011년 9월15일 대정전은 단 한순간이라도 전기가 없으면 국가와 국민의 생활이 일시에 마비된다는 교훈을 일러줬고 스리마일과 체르로빌에 이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지력발전의 이로움과 함께 그 폐단이 얼마나 뼈저린가를 보여줬다.

원전 관리와 환산망으로 이어진 전국 송변배전망의 관리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전기계는 먼 길을 잘 왔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다.

중단 없는 전력 공급을 위해 불철주야 발송변배전망을 철저하고 빈틈없이 관리해야 하고 원전산업을 책임진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비리와 미검증 부품의 수급 등 도덕적해이는 넘어야 할 산이다.

더욱이 원가에 미달하는 전기요금은 공기업 맏형인 한전을 최근 몇년간 11조 이상 적자에 시달리게 했고 시설 투자비까지 합쳐 95조의 빚더미 공기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전기인들이 힘을 모아 진정한 전기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도 물가안정이란 정치논리로 묶어 온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고 원가연동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 국가 기업인 한전의 적자 행진은 후손에게 상상할 수 없는 전기요금 폭탄을 안겨주거나 또다른 보조금 마련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막대한 빚을 물려줄 뿐이다.

국가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이 핵심산업으로 자리잡고 빛을 발하기 위해 존재하는 전기계가 그 목적대로 진정으로 빛을 발하도록 전기인 모두 지혜와 슬기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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