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초대형 재해 끄떡없는 안전 방어체계 구축 ‘명품원전’ 추진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수소폭발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원전 사고지역은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폐허의 땅이 되었다.
이 사고는 원전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동시에 던져주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원전 운영국들은 잃어버린 원전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안전성 강화에 노력 중이다.
브릿지에너지로서 국내 산업경제발전의 효자노릇을 해온 원전산업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전안전성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2년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만큼 대응하고 있는가. UAE 수출을 통해 원전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의 현재모습을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사장 김균섭)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반영, 외부전원이 아예 공급되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원자로 격납건물을 보호해 원천적으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는 ‘명품 원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신형 원전(APR1400)을 포함해 모든 원전에는 중대사고 종합해석 코드 등을 적용, 노심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세계 최고의 안전기술 실용화 연구에도 매진하기로 했다.

특히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에 여과 및 배기설비를 국내 최초로 설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격납건물 안의 압력이 과도하게 증가해 격납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했다. 한수원은 이 설비를 오는 2015년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명품 원전’ 개발과 함께 원전의 안전운영을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향후 원전 운영의 패러다임을 효율성 우선에서 안전성 우선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원전 고장이 발생할 경우 재가동을 서두르기 보다는 재발을 막는 원인 분석과 대책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특히 정비기간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원전 안전성 일본보다 한수 위

수소폭발로 전이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며 많은 이들이 걱정한 것이 국내 원전의 안전성 문제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지적한다.

국내 원전은 가압경수로(PWR)와 가압중수로(PHWR)로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비등수로(BWR)가 대부분인 일본 원전과는 안전도 면에서 앞선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점도 이같은 논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닷가에 위치한 고리 1호기를 비롯한 국내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진단 및 대응책을 지난 2년 동안 철저히 완수했다.

한수원은 2012년까지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등 2011년 4건, 2012년 20건 등 총 24건을 조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진 자동정지 설비 설치, 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등 2013년 11건, 2014년 10건, 2015년 11건 등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EU Stress-Test 결과 등 해외사례를 통해 지속적인 추가 개선사항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원전 vs 일본원전

원자로냉각수와 터빈을 돌리는 증기가 완전 분리돼 비상시 방사성물질의 유출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국내원전의 격납용기가 5배 정도 크기 때문에 압력 상승시 완충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연료손상으로 수소발생시 전원 없이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국내원전은 사용후연료저장조가 원자로건물 밖의 독립건물에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도 계속 냉각할 수 있는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수원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동형 발전차량을 발전소 별로 비치했다.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고장정지율도 강점이다.

불시정지 건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내원전 불시정지 건수는 △2011년(전체 가동원전 21기) 7건으로 호기당 0.35건 △2012년(전체 가동원전 23기) 9건으로 호기당 0.39건을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호기당 3.08건 △미국 호기당 0.9건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다.

한수원은 그러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장단기 개선대책을 세워 추진 중이다.

정부 특별안전점검 46건, 한수원 자체안전점검 10건 등 총 56건의 개선대책을 발굴, 오는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원전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IAEA 수준의 경영혁신 추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때마침 지난해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증폭됐다.

한수원 경영혁신실은 △과연 원전은 안전한가? △원전을 관리하는 직원들은 정직하게 업무를 처리하는가? △현재 원전 운영을 올바르게 하고 있는가? 등에 중점을 두고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성과물이 BPM기반의 업무혁신 프로세스 도입이다.

이를통해 원전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리 잠재 요인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구매·자재, 품질관리 등 원전안전성 및 경영투명성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분야에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업무프로세스경영)을 우선 도입했다.

BPM이 시행되면 직원간 업무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성과에 따른 인사 도 가능해진다.

한수원은 원전기자재 추적관리 IT시스템 (RFID)을 최근 도입했다.

최신 RFID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 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QR코드) 또는 식별표 부착, 입고에서 폐기, 반출될 때까지 모든 이력을 한 눈으로 철저히 감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안전분야 해외자문·진단을 실시했다.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인 엑셀론社의 안전담당 부사장을 지난해 12월 안전고문으로 임명했다. 이를통해 안전문화와 원전 운영체계를 진단받아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수원은 밝혔다.

세계원자력기구(IAEA) 안전기준(GS-R-3) 통합운영 매뉴얼도 개발중에 있다.

과거 품질중심의 프로세스에서 품질, 보건, 안전, 보안, 환경요소를 통합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품질의 안전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한수원은 3만8000여개에 이르는 원전 관련 매뉴얼이 너무 방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로 정비하기 위한 별도의 TF를 구성했다. 매뉴얼을 단순화·표준화해 안전점검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외딴섬’이다. 독일처럼 원전을 대체해 주변국으로 부터 전력을 수입할 수 없고 일본처럼 여유 발전소가 없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때가지 두 에너지원이 공존해야 하며 그때까지 원전은 ‘브릿지에너지(징검다리에너지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내 에너지 수입률은 96.5%(2011년도 기준)로 수입액은 1558억달러다. 이는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3대 수출액(1520억달러)을 초과하는 수치다.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원전은 탄소배출이 없는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후쿠시마 2년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자 풀어야 할 숙제는 에너지의 장미꽃인 원전이 가진 치명적 독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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