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적 대책반 가동…서민 가계 부담 최소화해야

 

{ILINK:1} 새해 초부터 파고처럼 출렁이던 물가가 급속히 뛰고 있다. 이번 물가 요동은 전세계적인 고유가 여파와 원자재값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밀가루, 라면 등 생활물가가 들썩이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각종 제품가격이 오르는 것이어서 ‘경제살리기’를 국정지표로 삼은 ‘이명박 정부’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배럴당 국제유가가 한때 장중 최고치 101.32달러를 연일 경신하자, 설상가상으로 초고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물가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물가가 예전과 다르게 라면, 식품, 철강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왜 급격히 오르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주로 석유류, 곡물,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부문과 농축수산물 부문의 가격상승에 기인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로 금값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오르는가 하면, 고유가로 인한 대체에너지 개발수요 증가로 바이오 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곡물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곡물가격의 경우 유가가 비싸지면서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대체에너지 개발 수요가 더욱 높아져 덩달아 춤추는 것이다.

물가상승은 결코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원자재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콩 선물 가격은 부셸(밀 등의 무게단위, 27.216 kg)당 12.48달러까지 올라 34년래 최고를 기록했고 옥수수 가격은 11년만에 최고치인 4.67달러까지 올랐다. 밀 가격도 부셸당 9.45달러에 거래돼 사상최고 가격에 근접했다. 말 그대로 ‘사상 최고’라는 달갑잖은 수식어가 산업전반을 에워싸듯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로 사용되는 평지씨(rapeseed)는 파리거래소에서 톤당 444.75유로를 기록해 역시 사상 최고가격에 거래됐으며 말레이시아거래소에서 팜유 가격은 톤당 961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곧장 생활물가의 상승을 부추기고 또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석유공사의 발표는 최근 물가상승이 예전의 그것과 비교해 각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면에서나, 수치 면에서도 심각하다는 점을 웅변해 준다. 석유공사는 전국 110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하는 전국 휘발유 소매가격 평균치가 1월 첫째주에 ℓ당 1638.58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류 가격 강세에 지난해 정부의 세금 올리기까지 가세한 경유값도 1442.77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치로, 서울의 경우 이보다 높은 각각 평균 1700원, 1500원 선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원자재값 인상요인은 마침내 생활물가를 줄줄이 인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크게 오른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식품업계는 벌써 과자류와 유제품 가격을 10~30% 올리고 있고, 자장면 값도 500원 정도 비싸졌다. 주요 피자업체들도 최근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아직까지 관망세를 지켜보던 업종들도 ‘기회주의’를 틈타 전방위적으로 가세할 전망이다.

공공요금도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가격을 반영하는 공공요금도 물가불안의 한 축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로 도시가스요금과 전철료가 각각 10.9%씩 올랐고 시내버스료 8.5%, 상수도료 4.3% 등도 소비자물가 평균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각지역 지자체들은 올해 초 하수도 및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전기, 철도, 통신, 가스, 시외고속버스를 제외하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요금 추가인상에 일제히 시동을 걸 조짐이다.

정부는 최근 이같은 물가동향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 증가세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물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마저 초래된다면 자칫 내수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범정부적 대책반을 가동해 원유·곡물 등 비용 상승 요인의 경우 시장원리에 따라 수급조절을 추진하되 일시적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인하, 비축물량 방출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원리만을 믿고 있다간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강력한 물가안정대책과 집행이 선행돼야 할 줄로 믿는다.

공공요금 인상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우선 공공요금부터 잡아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 원가 상승요인을 공기업의 비용절감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또한 중앙·지방정부간 협조를 강화해 지방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는 계약재배와 정부 비축사업 등으로 물가상승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기름값은 정유 업체의 부당경쟁이나 담합 등을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오는 4월 주유소 가격 실시간 공개 등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정성태 기자/jst@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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