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의 협곡'서 진퇴양난, 자유롭지 못한 미국

 

{ILINK:1}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 에너지사용증가를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청정기술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가. 지구촌은 이처럼 '에너지증-감축'이라는 진퇴양난에 봉착해 있다.

이같은 문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가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 호놀로루에서 열렸다. 지난해 말 ‘발리 로드맵’ 채택 이후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지구상의 최대 현안문제로 부상한 시점에서 열리게 된 이번 회의는 향후 전 세계 기후변화대응의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으로 보여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포르투갈(EU의장국), 인도네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한국 등 총 17개국으로 온실가스 비.의무감축국 등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각 대륙별 나라들이 망라돼 있다.

세계의 시선이 주요국 회의에 쏠린 것을 의식해선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가진 연두교서(국정연설)에서 국제적인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해 20억달러의 기금 마련을 선뜻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새로운 국제 친환경 기술 펀드를 마련해 인도나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친환경 에너지사용을 늘리도록 도울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듯 이같이 밝혔다. 이는 '미국이 온실가스 증가세를 줄이고, 멈추며, 감소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의를 완결하기 위해 주요 경제국이나 국제연합(UN)과 협력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저자세를 보여왔던 미국이 돌연 적극적의 자세를 취하고 있어 향후 미국의 역량과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처럼 부시 정부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상태에서 온실가스 감축체제인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에서만큼은 '새 역할론'을 제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20억달러 기금 제안보다 더 큰 ‘깜짝선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주요국 회의에 참가하는 국가들의 경제규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의 합계는 각각 전세계 80%를 차지하는 규모로, 동 회의에서의 결정되는 사항이 향후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국(Annex-1) 총배출량 점유율은 세계 총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금번 회의는 지난해 9월 부시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미국 워싱턴에서 1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4개월여만에 지난달 16일자로 부시 대통령의 제의로 열리는 두 번째 회의라서 미국의 급한 모양새가 역력하다. 또한 유럽연합이 주도한 '발리로드맵'이 있은지 한달만이다. 그래선지 이번 회의는 '에너지사용량 증가 對 온실가스감축' 즉,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전지구적 대세이자 사명이지만 이에 반해 경제성장 유지에 있어 에너지사용량 증가도 각국의 안보와 경제효율성에 직결된 문제라서 이처럼 '정반합 공동의 목표'가 어떤 협상진전을 이뤄내 결론을 도출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이처럼 두 마리의 토끼몰이에 나선 미국이 각국의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에너지 사용의 증가를 존중하는 한편,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으로 청정기술개발과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 '딜레마의 협곡'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 잘 잡는지 두고 볼 일이다.

<정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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