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미진하면 '퇴출', 118개서 올해 93개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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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수출. 그 중심에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무역첨병을 자임하는 코트라가 있다. 코트라는 현재 68개국에 93개 해외무역관을 두고 있다. 이 해외무역관이 우리나라의 ‘무역 전진기지’인 셈이다.

이들 해외무역관이 세계 곳곳에 포진해 있기에 지난달 19일 출범한 ‘민관합동해외진출기업지원단`도 국내기업의 효율적인 해외진출을 한몫 돕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처럼 해외수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무역첨병기지’인 해외무역관이 ‘퇴출’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코트라 등 국내 공기업이 해외에 설치한 실적이 미미한 지사 등에 대해 예산낭비로 규정하고, 이를 통폐합하고자 인력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었고, 감사원은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해당 공기업의 예산을 삭감하는 구체적 방침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우선 일정 실적에 이르지 못한 코트라의 해외무역관을 통폐합하라는 권고안이 떨어졌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 정기감사를 통해 코트라 해외무역관의 주요 사업인 ‘수출 창출 실적’을 확인해 년간 실적이 투입되는 예산에도 못 미치는 무역관 20개, 실적이 1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무역관 37개 등 57개 무역관에 대한 예산축소 절차에 의한 것이다. 감사원은 또 코트라가 미국, 일본 등 10개 국가에 2~9개 무역관을 복수운영해 사업수행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에 설치된 9개 무역관 가운데 애틀랜타와 마이애미 무역관은 연간 수출 창출액이 1∼3%에 불과했고, 독일의 베를린과 일본의 후쿠오카의 경우도 수출에 기여한 실적이 5% 미만이어서 예산을 낭비했다.

이에 따라 해외무역관의 통·폐합과 관련해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의 칼날이 떨진 것이다.
KOTRA는 작년에 해외무역관 5개를 폐쇄한데 이어 올 8월에도 7개를 더 줄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118개에 달한 무역관은 지난해 100개로 줄었고, 올해는 93개로 남게 됐다. 지난 8월에 문을 닫은 무역관은 오슬로(노르웨이).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리스본(포르투갈).프놈펜(캄보디아).베이루트(레바논).샤먼(중국).몬테레이(멕시코) 등이다.
한편, 플랜트 수출이나 신규 투자 등으로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를 세운 베트남 하노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무소에는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실적만을 가지고 평가되는 해외지사의 감축으로 연결되는 예산위주의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해외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에 해외지부를 설치해 수출선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국가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트라 해외지부를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KOTRA에 대한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도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보다 원활하게 도울 수 있는 효율적이고 강화된 해외무역관 조직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최철국 의원은 “KOTRA의 해외무역관 통폐합 무역관 폐쇄는 대기업과 달리 자체 정보망이 약한 중소기업들에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당장의 수요가 약하다는 이유로 무역관을 폐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성권 의원도 "중소기업의 수출창출 및 확대를 위해 핵심사업인 해외조직망 운영, 중소마케팅 지원, 외국인투자유치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감사원의 `방만한 해외무역관 운영' 지적을 의식해 규모를 축소하고 지원을 줄이고, 무역관의 씀씀이를 아끼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다 근본적인 역량 제고를 위해 지원규모가 더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OTRA는 일찍부터 개도국과 미개발 국가에 무역관을 설치하고 우리 기업의 시장개척 활동을 지원해 왔다. 이제 10년, 20년 후면 이들 개도국에서의 시장선점 효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개도국 무역관 폐쇄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다.
코트라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광저우, 호치민, 자카르타, 하노이 등 7개 지역 KOTRA 해외무역관내 설치 운영중인 `한국투자기업지원센터'가 평균 5억원의 예산으로 해외무역관이 미처 챙기지 못한 꼼꼼한 서비스를 해외 진출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무역관을 마냥 없앨 것이 아니라 실적을 키우도록 지도․육성하고, 나아가서는 인도, CIS, 동구유럽 등 신흥 거점지역에도 진출해야 한다.
<정성태 기자 /jst@sanu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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