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승부…300만좌 주주들 표심잡기 ‘동분서주’

강이원후보 우세속 박광국후보 오름세로 접전 ‘안개속’
충청권 표심․출마의사 정태은씨 지지 표심향방 등 변수

치열한 선거전 막판 금권․타락선거 개연성 커…지역 갈등 부추길 우려도 농후
누가 1조원 조합 이끌 이사장 자질 인지-깨끗한 선거전이 잣대





현재 8,700여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있지만 증자가 계속되고 있어 머지않아 자산 1조원에 진입할 전기공사공제조합의 제9대 이사장 자리를 놓고 강이원 협진 사장과 박광국 국제전설 사장의 치열한 선거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봄부터 일찌감치 조합 이사장에 나올 것으로 선언한 두 후보는 오랜 기다림 끝에 새해 벽두를 전후해 각각 선거캠프를 차리고 득표 몰이에 들어갔다.

선거는 오는 2월8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치러지며 1월22일 전국의 1만여 조합원에게 투표용지와 함께 위임장이 발송되고 1월 29일 200여 대의원이 최종 결정되면 누가 당선 될 것인지 윤곽이 들어날 전망이다.

왜 선거일은 다음달 8일인데 그 전에 당선 윤곽이 들어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22일 위임장이 발송되면 양 캠프에서 위임장 걷기에 나서 며칠 내에 누가 더 많은 출자좌수를 확보하는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걷힌 위임장을 행사할 대의원중 60%인 140명은 이미 고액출자 위주로 결정돼 있고 나머지 40%인 60명은 신청에 의해 1월 29일 결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기공제조합의 선거 관행에 따른 예측처럼 1월 말에 당선자를 알 수 있을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극히 미지수다.

현재 강이원-박광국 두후보가 득표 예상에서 큰 차가 나기보다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는 이 두후보외에 정태은 대창전기공업 사장도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받기 시작한 이사장 후보자 등록이 18일까지이기 때문에 그 때 출마자를 알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3파전이 거의 확실시 된다.

아직 선거 판세를 정확히 읽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선거 흐름은 당초 강이원 후보의 우세가 점 쳐지고 당선 굳히기에 들어 갈 것이란 예측에서 벗어나 박광국 후보의 오름세로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다.

이 같은 선거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년전 치열했던 한국전기공사협회의 회장 선거전을 되 짚어 보고 그 이후의 전기공사업계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2년전 선거는 김용수 제석전기 사장(현 윤성전기 회장)과 현 주창현 전기공사협회 회장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당시 이행용 유원전기 사장도 출마했으나 당선권에서는 멀었다.

그 때 당시 협회 김창준 회장은 주창현 현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그 이유중 하나가 자신이 호남(전남)출신이었고 전기공사업계의 또 한축인 전기공사공제조합 남병주 이사장이 영남(경북)출신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충청(충남)출신인 당시 주창현 후보가 협회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타 이유도 있었지만 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당시 협회 조직을 총 동원한 김창준 회장의 지원으로 주창현 회장이 당선되고 자신의 업체가 속했던 경기와 이에 동조했던 경남의 지원을 받은 김용수 후보는 패했다. 김용수 후보는 김창준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7년 회장직 수행을 뒷받침 했던 후원자였다.

이 같은 지역 논리의 배경에는 호남 출신이 다음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에 오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 당시의 예측이었다.

지역적 편 가르기를 통해 김창준 회장은 업계를 지배하려 했다. 현 남병주 전기공제조합 이사장도 6년전 당선 당시 김창준 회장의 협회 조직에 의한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강이원 후보는 역시 김창준 전 회장을 만들고 남병주 이사장을 당선시킨 막후 주역으로 전기공사업계의 협회 회장과 조합 이사장을 탄생시킨 킹메이커다.

강이원 후보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최근 전문지 편집국장들과의 출마 인터뷰에서 “이제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나서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창현 회장을 도왔고 그의 충청권 후배인 고달성 창성전력 사장은 이번 전기공제조합 이사장 출마를 지난해 초 맨 먼저 선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역적 지원으로 얽히고 설킨 선거 구도에서 호남의 지원을 받아 주창현 회장이 당선되고 다시 충청권에서 조합 이사장을 맡으면 전기공사업계의 두 단체장 자리가 한 지역에 편중된다는 역공을 받고 중도 하차했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지역적으로 연합 내지 갈등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데 전기공사업계에서 이런 현상을 탓 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1년후 치러지는 전기공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또 다시 등장할 것이다. 1년후 치러질 그 선거는 현 주창현 회장과 2월 8일 임기가 끝나는 현 남병주 조합 이사장의 경쟁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주창현 회장은 단임을 실천하고 연임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2년전 출마 당시 공약을 재삼 강조하고 있고 남병주 이사장은 협회장 출마 뜻이 없다고 역시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다시 돌아와 조합 이사장 선거전을 보자.
현재 양 선거캠프에서는 결국 서로 승리할 것으로 장담하고 나아가 자기 쪽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주장한다. 지지 지역도 겹치는 데가 많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조합원수는 1만 432명이고 출자좌수는 310만 3,038좌이다. 조합 자체에서 지분을 갖고 있는 3,000여좌와 주소불명인 좌수 등을 뺀 300만좌에서 또 기권좌수를 빼면 약 90%인 280만좌가 투표하고 이중 50%인 140만좌 넉넉히 잡아 150만좌를 확보한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가 많다.

현재 양 후보측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지역을 보자.

강이원 후보측은 전남북과 광주-제주를 비롯 경북, 강원, 서울 남부, 서울 중부를 꼽고 있다.

박광국 후보측은 경기와 경기북부-경남을 비롯한 인천, 서울 서부, 대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양 후보의 우세지역의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의 40% 내외에 달한다.

물론 강이원 후보측은 인천-대구는 아직 표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고 박광국 후보측은 서울 남부의 대주주들의 오히려 자기쪽을 밀고 강원도 확보할 것 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강이원 후보측은 총 좌수 대비 11%인 대전-충남북의 출자좌수가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50%이상의 지지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근거는 2년전 협회 회장 경선 당시 광주-전남북 유권자들이 동향인 전남지역 출신인 김용수 후보를 버리고 충청권의 주자인 주창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 조합 이사장 선거에서는 호남권(전남) 출신인 강이원 후보를 이번에 충청권에서 당연히 지원해야 하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미 충청지역에서 후보로 나오려던 고달성 후보가 사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의 표심이 고달성 후보의 자의반 타의반 중도하차로 강이원 후보를 순순히 밀지는 않을 것으로 박광국 후보측에서는 조심스럽게 내다 보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아직 선거캠프는 차리지 않았지만 후보출마를 공식화 한 정태은 후보가 최소한 자신 출신지인 부산과 지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서울 동부의 좌수를 합치면 총 좌수 대비 10%는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표심의 향방이다.

결국 이번 전기공사공제조합 제9대 이사장 선거는 강이원 후보와 박광국 후보가 자신들이 우세하다고 판단한 지역의 유권자 지지를 이끌어 낼 경우 충청권의 표심과 정태은 후보가 확보할 부산과 서울 동부 표심을 유인할 수 있을지가 현재까지는 관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이처럼 드러난 일부 예측과 판세처럼 간단치 않다는 것이 대세다.

총 좌수 대비 23%에 달하는 서울 표심은 지회장이나 몇몇 중심인물에 의해 집단적으로 좌우되기보다는 분파돼 움직일 공산이 크고 울산-대구-강원 등도 명확한 표심을 드러냈다고 보기는 이르다.

치열한 선거전은 금권-타락선거로 흐를 공산이 크다. 또 우리나라가 화합과 협력의 기초위에 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는 대표적 악재인 지역 갈등을 부추길 개연성이 짙다.

선거전을 더 지켜보면서 누가 1조원 자본금 시대에 접어든 거대 조합인 전기공사공제조합의 차기 이사장으로서 깨끗하고 투명하게 조합을 운영할 자질이 있는지 판단하고 그 잣대로 누가 혼탁 선거를 조장하는지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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