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전 등 주요 대기업들이 나란히 정기주총을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협력사들도 밑그림 그리기에 분주해지고 있다.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수출확대로 대다수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고 있지만 업체간 양극화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매출비중이 특정업체에 편중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경쟁사의 행보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상장된 협력사 대부분이 이왕이면 상대방이 먼저 오픈한 다음에 실적을 내놓기 때문에 정확한 분기실적을 알기 위해선 보통 한 달이 넘기 일쑤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에 비해 재무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원인이겠지만 갑을 관계로 고착된 기업문화의 폐쇄성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해마다 매출이 천억대가 넘는 깜짝 벤처들이 등장하면서도 불과 1~2년만 지나도 기업가치가 급격이 떨어지는 것은 성장성에 걸맞는 독립성이 중소업체 시스템에서는 쉽사리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공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최근 기업보안은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생존전략마저 보안논리로 지배된다면 상생은 물론 산업의 다양성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진정한 갑을 관계의 성립은 ‘을’의 자유가 담보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을’이 많을 수록 갑의 경쟁력도 배가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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