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 육성이 선진국의 지름길

기계산업은 산업전반에 각종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장치산업으로 산업의 토대가 되는 기간산업이다. 기계의 성능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기계산업을 산업의 어머니(Mother Industry) 또는 산업의 열쇠(Key Industry)라 하고 나아가 산업의 동력(Engine Industry)이라 부른다. 기계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며 제조업의 동력인 셈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자동차, 철강, 조선, IT산업 등 수출 주력산업을 우리 기계산업이 견인해 왔다.

우리 기계산업은‘60~‘70년대에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으며,‘73년 중화학공업 선언 이후 기간산업, 건설 등 비로소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틀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생산설비가 필요했던 이 시기에는 국산기계류가 전무하여 대부분 외국산 기계(특히 日産) 수입으로 모든 제품을 생산했다. 기계류 수입은 공업화를 이루는 데는 기여하였지만 기계산업에서 매년 100억불 이상의 무역적자를 내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계산업은‘70년대 정부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전략적인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의 바탕위에‘80~‘90년대 지속적인 기계류.부품.소재 국산화 정책과 수출산업화 정책에 힘입어‘98년 사상 처음 106억불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 192억불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다. 한편, 자동차를 포함한 올 7월까지 기계산업 수출은 465억불, 수입은 317억불로 148억불의 흑자를 기록, 우리나라 전체무역수지 흑자 143억불을 상회하여 우리 경제의 효자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아직도 세계시장 점유율 2.0%로 13위에 그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선진국들이 기계산업 수출부문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UN자료에 따르면 독일이 세계 1위(15.6%) 수출 국가이고 다음이 미국(14.6%), 일본(11.0%), 프랑스(6.2%) ,이태리(5.0%), 영국(4.8%), 캐나다(4.7%) 순으로 전세계 기계류 수출의 절반이 훨씬 넘는 61.9% 점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모두 선진국으로 기계산업 수출에서도 그 순위가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전에 꼭 한 번 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기계산업은 산업현장에서 각종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장치산업으로 기계의 성능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계산업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며 산업간 연관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 선.후진국간 기술격차가 크며 선진국에 도달할 경우 무역수지 흑자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기계산업은 전체 산업에 비해 3배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어 국민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기계산업은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IT, 반도체 등 신산업에 비해 기계산업의 인식이 확고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인식의 결여는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한 기술인력 부족 등 사회문제로 까지 파생된다. 이제는 기간산업인 기계산업에 대해 하루빨리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국민의 시선과 여론은 자동차, 반도체, IT제품 등 수출이 잘되는 제품에만 쏠리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산시설과 기술개발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여 전통산업(재래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류가 수억년을 살아오는 동안 물건은 계속 만들어져왔으며, 전통산업이 영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바로 선진국들이 전통산업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진국들은 지금까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기계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자국 산업에서 기계산업 생산이 40?5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25% 수준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기계산업 육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선진국은 단순히 GNP의 크기로만 가늠하지 않는다. 진정한 선진국은 생산시설을 자체공급하고 세계의 기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계산업의 발전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만 4천 162 달러로 선진국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앞으로 2만불 달성을 위해서는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IT제품 등 우리의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확보하여 수출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계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또한 나노(Nano)기술을 접목한 마이크로 시스템 산업 등 차세대 기계산업의 육성도 필요하다. 여기에 세계 선두 IT기술을 잘 접목시킨다면 경쟁력 제고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확신한다.

기계산업 발전이야 말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요, 국민소득 2만불 달성과 선진국 진입의 바로미터이다. 여론과 국민의 인식도 숲만 보지 말고 줄기와 뿌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기계산업에 대한 재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정부지원과 체계적인 장기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기계산업발전을 토대로 선진국으로 도약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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